“여성 비정규직, 1년 중 145일째부터 무급입니다” 2024년 기준, 여성 비정규직의 월 평균임금은 169만 원으로, 남성 정규직의 430만 원에 비해 39.4%에 불과합니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여성 비정규직은 1년 중 144일만 임금을 받고, 145일째부터는 무급으로 일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올해 5월 25일은 '임금차별타파의 날', 5월 25일부터 5월 31일의 한 주는 '임금차별타파주간'이었습니다. 성별임금격차와 여성노동현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새 정부에서 성평등 노동을 바라는 목소리, 2025임금차별타파주간 연속기고기사로 만나봅니다. |

임금차별타파주간을 맞아 5월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명숙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장은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한 구체적 제도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박 회장은 고용평등상담실의 폐쇄, 무너진 고용평등 행정체계, 여성노동자의 안전 사각지대를 고발하며 새 정부에 근본적 개혁을 촉구했다.
박 회장은 "여성노동자 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비정규직, 단시간근로, 저임금, 성차별, 성희롱, 불안정 고용"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책임 있는 행정체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불안정한 일터에서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살아가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정책 집행력을 갖춘 성평등 노동 행정체계의 구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성평등 노동 정책, 추진체계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박 회장은 성평등 노동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노동부 내 차별시정국 신설을 제안했다. 고용평등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로서 고용평등부서가 중심이 되어 지방노동관서까지 일관된 행정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고용노동부 체계로는 고용차별 개선이 일관되게 집행될 수 없다. 지방노동청에도 고용평등실을 두고 통합적 사무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여성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산업안전 기준이 대부분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어 여성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급식실에서의 폐암 사례, 직장여성의 높은 유산율 등이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산업안전보건기준을 성인지적으로 재점검하고, 이를 전담할 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성노동자가 배제되지 않는 안전한 노동환경 구축이 필수라는 주장이다.
"고용평등상담실 폐쇄는 여성노동권 후퇴의 상징이었다"
박 회장은 윤석열 정부가 2024년 민간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상담실을 폐쇄한 사실을 언급하며 "고평실 폐쇄는 여성노동자 권리구제의 최후 보루를 빼앗은 것"이라고 규탄했다.
민간고용평등상담실은 24년 동안 고용차별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의 신속한 권리구제, 사건지원, 실질적 피해 회복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폐쇄한 뒤 고용노동부 지청으로 넘긴 심층상담은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백이면 백 다 '성희롱이 아니다'라며 피해자들은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 없는 근로감독 시스템이 여성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평실 폐쇄에 맞서 여성노동자들은 지난 겨울 내내 4개월간 광화문 광장에서 부스를 설치하고 복원을 요구하며 16주 동안 서명을 받았다. 1만여 명의 시민이 이 싸움에 서명과 후원으로 응답했다. 박 회장은 "고평실은 단순한 상담창구가 아니라 여성노동자의 마지막 버팀목이자 현장에서 가장 실질적 권리구제를 담당한 기관이었다"며 복원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제는 성평등 노동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발언 말미에서 박 회장은 새 정부를 향해 이렇게 촉구했다.
"성평등 노동 실현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성평등 노동 추진체계를 법제화하고, 고용평등상담실 복원과 성인지적 산업안전 체계 구축을 새 정부는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5월 27일 수도권 현장에서 울려 퍼진 이 요구는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성평등 노동을 위한 정책 집행력 확보, 고용평등상담실 복원, 성인지 산업안전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책무다.

임금차별타파주간을 맞아 5월 27일 열린 기자회견 현장에서 디지털콘텐츠 여성노동자의 절박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김효진 지회장은 '페미니즘 사상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되고 있는 집단 괴롭힘과 그 속에서 방치된 창작노동자의 인권 실태를 고발했다.
윤석열 파면 이후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노동 현장에 남아 있다.
"우리는 지켜지지 않았다"
김효진 지회장은 먼저 2021년 도쿄올림픽 당시 안산 선수 사건을 언급했다. 일부 남성들이 안산 선수를 '페미니스트'라고 비난하며 사회적 논란이 일었고, 여성가족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성혐오적 표현이나 인권침해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냈다. 그러나 그보다 5년 전 2016년 게임업계에서는 전혀 다른 대응이 이어졌다. 넥슨은 일부 남성 이용자들의 공격을 받고 한 성우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이 사건 이후부터 디지털콘텐츠 업계 전체로 페미니즘 사상검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김 지회장은 지적했다.
이후 웹툰, 게임, 성우, 유튜브 등 디지털콘텐츠 업계 곳곳에서 여성 창작자들은 SNS 글, 착용 물품, 과거 발언 하나하나까지 문제 삼는 사상검증과 집단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다. 기업들은 대부분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 계약 해지 등으로 사태를 '정리'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국민 영웅은 지켜줬지만, 창작노동자는 아무도 지켜주지 않았다"는 김 지회장의 말은 이 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근로자가 아니라서 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
괴롭힘 이후 법적 보호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근로자가 아니므로 진정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반복해서 받아야 했다.
디지털콘텐츠 창작자들은 대부분 프리랜서, 특수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지만, 고용계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법·인권법의 보호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들은 일하면서도 법적으로는 '노동자'가 아니며, 그러므로 괴롭힘 피해조차 법적으로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김 지회장은 이를 두고 "일을 하고 세금을 내며 살아가지만, 법적으로는 보호받지 못하는 국민이 되어버렸다"고 토로했다.
"새 정부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김 지회장은 새 정부를 향해 단호히 요구했다.
"우리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인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사상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거나 일자리를 잃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새 정부는 국민의 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이 사안이 단순히 일부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노동, 특수고용, 디지털콘텐츠산업 전반으로 확대된 노동권·인권 사각지대 문제임을 강조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창작노동자 인권 보장은 성평등 노동의 핵심 과제다"
이 외침은 새 정부가 책임지고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시대적 과제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성평등 노동,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 보장 없이는 진정한 사회대개혁도 완성될 수 없다.

지난 5월 27일, 2025 임금차별타파주간 대구지역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지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장은 25년 동안 방송작가로 일해온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권 지회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방송작가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있습니다. '방송작가는 대부분이 여성분이지요?'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꼭 이렇게 덧붙이죠. '하긴 여자분들이 감수성이 뛰어나고 글도 잘 쓰고 그렇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 권 지회장은 정면으로 반박한다. 남성들은 감수성이 부족해서 방송작가를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왜 기자는 남성이 더 많고, 논문 쓰는 교수도 남성이 더 많은가. 답은 간단합니다. 방송작가는 비정규직, 그 가운데서도 특수고용직 프리랜서이기 때문입니다."
정규직은 남성이, 비정규직은 여성이
방송 프로그램은 피디와 작가가 한 팀이 되어 만들어진다. 하지만 피디는 정규직이고, 작가는 프리랜서 비정규직이다.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작가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동료로서 대우도 받지 못한다. 권 지회장은 이것이 방송작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돌봄, 콜센터, 서비스노동 등 여성집중 직군 전체에서 노동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노동을 폄하하는 가부장적 구조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하루 1400원 임금 인상, 30년 경력도 월 200만 원 안 돼
권 지회장이 소속된 방송작가지부는 지난해부터 전국 MBC 지역사를 대상으로 단체교섭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협상은 벽에 부딪히고 있다. 대구MBC는 하루 1400원 인상안을 내놓으며 "더는 협상 여지가 없다"고 통보했다. 권 지회장은 "하루 1400원이면 버스도 못 탄다"며 현실을 꼬집었다.
그동안 방송작가들은 회사 사정을 감안해 원고료를 수년간 동결해왔다. 그럼에도 이런 '선의'는 무시됐다. 방송이 결방되면 그 적은 임금조차 온전히 받을 수 없다. 대구MBC 30년 경력 작가가 받는 월급은 2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권 지회장 자신도 25년 경력을 쌓았지만, 2시간 방송 분량에 해당하는 원고를 써도 한 달 수입은 165만 원 정도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여성노동도 노동이다
"노동은 그 무엇으로도 구분되거나 차별될 수 없습니다. 남녀, 정규직 비정규직을 떠나 동일한 일을 했다면 동일하게 임금을 받는 것이 이치이고 원칙입니다."
방송작가 역시 엄연한 노동자다.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여성이 다수라는 이유로 노동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권 지회장은 "방송작가들은 주체적인 여성 노동자로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5월 27일, 2025 임금차별타파주간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은경 학교비정규직 시간제 돌봄전담사는 "차별과 저평가, 외주화가 계속되는 돌봄 현장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먼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여성차별적 인식과 성평등 정책 후퇴를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발언을 내놓으며 차별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성평등 정책을 후퇴시켜왔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며 여성과 성평등을 아예 삭제한 정책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돌봄은 저렴하게 외주화하면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김 전담사는 "국가의 돌봄정책이 돌봄을 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돌봄노동은 감정·기능·관계가 얽힌 복잡한 노동이지만, '되도록 싼값에 외주화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정책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의 돌봄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려 하기보다는 보여주기식 성과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 결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늘봄학교' 정책은 "기괴한 돌봄 운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늘봄 정책은 겉으로는 질 높은 무상 프로그램과 무상 간식을 강조하지만, 정작 돌봄 운영비는 삭감됐고, 기존 돌봄교실의 정서적 돌봄 기능은 축소됐다. "엄마품 돌봄이라는 안정적 정서 제공은 배제되고, 무상 프로그램 제공 장소로만 변질되고 있다"고 현장의 문제를 짚었다.
더 큰 문제는 안전 문제다.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 외 공백시간에도 아동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지만, 교육청은 오히려 아동 귀가지도 업무를 전담사에게 떠넘긴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 전담사는 "공백시간에도 아이들을 교문까지 인솔하라고 합니다"라며 "전담사의 전문성과 돌봄의 가치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규탄했다.
교육청은 각 학교장의 재량을 강조하며 학교마다 제각각인 탄력 운영을 방치하고 있다. 심지어 안전귀가 보장을 명목으로 저녁 7시까지 2교실 이상 돌봄을 운영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시간제 전담사의 근무시간은 여전히 6시간으로 묶어두고 있다. 초과근무·시간연장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학기 중에도 합반을 강요하며 시간제 돌봄전담사에게 불합리한 차별을 계속 강요하는 현실이라는 것.
김 전담사는 "시간제 전담사도 전일제 전담사와 동일한 자격증을 갖고 있고, 같은 교실에서 같은 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본다. 그런데도 근무시간은 여전히 다르다"고 호소했다. 교육청은 시간제 근로시간 확대 요구에 '근거가 없다'며 귀를 막고 있다.
"교육청은 귀닫고 눈닫고 오로지 정책 자랑에만 올인하고 있습니다!"
돌봄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간제 폐지부터
김 전담사는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돌봄은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돌봄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간제를 폐지하고 8시간 동일근무로 즉시 전환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정부와 교육청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현실적인 늘봄 운영을 실현해야 합니다."

지난 5월 27일, 임금차별타파주간을 맞아 마산·창원 지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가 쏟아졌다. 윤석열 파면 이후 치러진 조기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진행된 이 기자회견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사회대개혁과 성평등 노동 실현을 요구하는 목소리의 자리였다. 이제 대선은 끝났고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들의 요구는 새 정부의 과제가 되어 있다.
김순희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은 윤석열 정부 하에서 구조적 성차별이 부정되면서 성평등 노동이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차별 부정이라는 괴변 아래 여성노동자는 더 가난해졌고, OECD 1위 성별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여성노동자를 향한 혐오범죄와 불안정 노동도 함께 심화됐다고 했다.
김 부지부장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성평등 공시제 법제화를 촉구했다. 성평등 공시제는 기업의 성별임금을 투명하게 공개해 기업의 책임을 묻고, 개선을 유도하는 제도다. 독일,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OECD 주요국들은 이미 도입해 성평등 수준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최저임금 역시 핵심 사안으로 제기됐다. 김 부지부장은 "최저임금이 여성노동자의 기준임금이 되고 있다"며, 실질임금 인상을 위해 생활임금 수준으로의 대폭 인상과 최저임금 물가연동제 도입을 요구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50만 원 이하의 저임금 여성노동자가 전체 여성노동자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새 정부를 향해 "성평등 없는 사회대개혁은 없다"며 성평등 공시제와 임금격차 해소가 이번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여성에게 꿈조차 사치가 된 사회"
경남청년유니온 김지현 조합원은 광장에서 추운 겨울 파면을 외쳤던 청년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파면 이후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지만 청년 여성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년 여성들은 일하고 싶어도 기회조차 얻기 어렵고, 어렵사리 취업해도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조합원은 최근 SPC공장에서 발생한 여성노동자 사망 사고를 언급하며, 일터의 안전조차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 자신도 월세를 벌기 위해 2년간 일용직 알바를 전전해야 했고, 출근 확정이 되지 않아 소득이 끊길까 봐 몸이 아파도 쉬지 못했다.
"여가를 말하지만, 청년 여성에게 여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그는, 청년이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 욕심처럼 느껴지는 사회라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김 조합원은 새 정부가 이제 청년 여성들에게도 희망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고용안정, 생활임금, 노동권 보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해 노동자의 돌봄권 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윤석열 정부 시절 가부장적 정책은 돌봄노동을 오롯이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시키고, 여성노동자는 스스로를 돌볼 여유조차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여성들이 '일하면서 가난해지고, 일하면서 병들어가는 구조'에 놓여 있다며 "돌봄노동이 여성 개인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새 정부를 향해 이제는 돌봄노동 역시 공공적 책임 아래 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누구나 자신을 돌볼 수 있고, 돌봄노동이 정당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새 정부는 성평등 노동으로 응답하라"
마산·창원 현장에서 터져나온 이 날의 발언들은 더 이상 단순한 요구가 아니다. 파면 이후 어렵게 세워진 민주주의 위에서, 이제는 성평등 노동으로 응답하는 것이 새 정부의 시대적 책무가 되었다. 성평등 공시제, 임금격차 해소, 청년 여성 고용안정, 노동자의 돌봄권 보장. 이것이 여성노동자들이 새 정부에게 던진 분명한 과제이다.

"노동법은 있지만, 마트에는 없었습니다."
2025 임금차별타파주간을 맞아 지난달 27일 대구에서 열린 기자회견 현장에서 김종련 대구여성노동자회 회원이 동네마트 노동현장의 실태를 고발했다. 14년간 일하며 경험한 것은 '노동법이 존재하지 않는 일터'였다.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최저임금조차 지켜지지 않던 첫 3년
김 씨는 2011년 입사 후 2024년까지 14년간 마트에서 일했다. 입사 후 첫 3년 동안은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았다. 2014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최저임금에 맞춰졌지만, 이후에도 임금은 늘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렀다. 누구도 쉽게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왜 최저임금도 안 맞춰주느냐"는 김 씨의 질문에 동료는 "언니야, 그러다 오래 못 다니고 쫓겨난다"고 답했다.
동네 마트라는 이유로,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는 '그림의 떡'이었다.
2019년부터 최저임금이 오르자 마트 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근로시간 단축과 인력 감축을 시작했다. 감축 대상은 늘 여성노동자였다. 남성 직원들은 입사와 동시에 주임·계장·대리로 승진하며 관리직으로 올라섰고, 인원 감축에서 제외됐다.
근로시간은 하루 1시간 줄었고, 유급이던 점심시간은 무급으로 일방 전환됐다. 해마다 최저임금은 소폭 인상됐지만, 줄어든 근로시간으로 실질임금 상승은 체감되지 않았다. 인원은 줄어드는 대신 남은 인력의 업무 강도만 높아졌다. 장기근속수당은 물론, 명절 상여금도 사라졌다.
김 씨는 "결국 남은 사람들은 더 빠듯하게, 더 많은 일을 떠안으며 버텨야 했다"고 했다.
60세 이상 여성노동자들만 따로 불려간 자리
지난해에는 근속연수가 높은 60세 이상 여성노동자들만 따로 불러 근무시간을 하루 5시간으로 더 줄이거나 퇴사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강요했다. 관리자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월급이면 알바생 몇 명을 더 쓸 수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외벌이 가장으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불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누구도 쉽게 항의하지 못했다. 한 명씩 불려가 협박을 받으며 서명하거나, 싫으면 나가야 했다.
현장의 열악함은 근로조건만이 아니었다. 관리자들의 폭언은 상시적이었고, 성희롱 피해도 반복됐다. 그러나 성희롱 예방교육은 한 번도 실시되지 않았다. 퇴직금도 법대로 일괄정산하지 않고 매년 회사가 일방적으로 중간정산 방식으로 처리했다. 모든 것이 명백한 노동법 위반이었다. 그럼에도 감독기관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제가 10년 넘게 일하는 동안 노동청은 단 한 번도 오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마트 현장이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고 호소했다. 법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곳이 바로 마트였다.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여성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법이 적용되지 않는 현실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에서 제외돼 있다"
김 씨는 "중소마트 현장은 여전히 법이 작동하지 않는 무법지대에 놓여 있다"며, 실질적 근로감독과 행정당국의 책임 있는 개입을 요구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여성노동자들에게 노동법이 보장되고 안전한 일터가 되도록 노동청, 근로감독관들은 마트 현장점검, 특별근로감독을 나와야 합니다. 마트의 여성노동자들은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광장의 빛이 만들어 낸 21대 조기 대선이 끝났다.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이어진 광장에서, 시민들은 다양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는 사회,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한 세상을 바라며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대선에서 논의되는 주제는 경제와 AI에 매몰되어 있었다. 심지어 일부 정당에서는 성평등과 페미니즘에 대해 함구령을 요구하는 주장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기도 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지난 정부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성평등 노동에 대한 논의는 대선 정국에서 실종되었다. 그러나 새 정부는 성평등 노동을 향한 시민들의 열망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21대 대선을 맞아 성평등 노동에 대한 생각을 묻다'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온라인으로 진행한 본 설문조사는 4월 28일부터 5월 22일까지 이루어졌다. 응답자는 총 786명으로 여성이 87.8%, 남성이 6.10%, 논바이너리 3.40%, 기타 2.70%였다. 연령대는 10대 1.4%, 20대 20.6%, 30대 20.6%, 40대 19.1%, 50대 32.7%, 60대 5.2%, 70대 이상 0.4%로 집계되었다.
65.7%가 경험한 낮은 임금
일터에서 경험한 문제를 모두 골라 달라는 복수 응답 질문에 1633개의 응답이 들어왔다. 일터에서의 문제를 경험한 적 없는 66명을 제외하고 720명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2.3개의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786명 중 일한 적 없는 응답자 48명을 빼고 738명을 모수로 비교해서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 중 낮은 임금을 경험한 사람은 485명(65.7%), 불안정한 고용형태는 265명(35.9%), 수직적 직장문화 190명(24.2%), 장시간 노동 176명(22.4%), 성차별적 직장문화 94명(12.0%), 직장 내 괴롭힘 92명(11.7%), 직장 내 성희롱 48명(6.1%) 순으로 나타났다. 낮은 임금은 다른 문제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의 응답을 보이고 있다.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경험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낮은 임금이다.
성차별적 노동환경은 심각한 사회문제 98.1%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461명(58.7%)가 예라고 응답하였고, 아니오라는 응답은 325명(41.3%)였다. 그러나 성차별적 노동환경은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매우 그렇다 556명(70.7%), 그렇다 215명(27.4%)로 응답하여 98.1%의 응답자가 성차별적 노동환경이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평등 노동 실현이 귀하의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냐는 질문에는 480명(61.6%)가 매우 중요, 281명(35.8%)가 중요하다고 응답하여 96.8%가 성평등 노동 실현이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들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성차별적 노동환경은 심각한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성평등 노동 실현은 나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차별을 문제로 인지하고 성평등 노동 실현이 일상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인정하는 응답자가 58.7%에 그치는 것은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된 편견과 오해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1순위 과제는 "성별임금격차 해소"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성별임금격차 해소 43.4%, 고용안정 15.5%, 성차별적 직장문화개선 13.9%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성별임금격차해소 41.0%, 고용안정 18.7%, 성차별적 직장문화개선 10.8% 순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과제와 시급한 과제의 순서는 동일하나 비중에 있어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채용성차별 철폐와 페미니즘 사상검증 근절, 노동시간 단축은 중요도보다 시급성이 더 높은 결과를 보였다. 이에 따라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1순위 과제는 분명하다. 바로 성별임금격차 해소이다.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해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와 시급한 과제 (단위 : %) ⓒ 한국여성노동자회
향후 5년 이내 필요한 사회변화, 절반의 응답자가 평등한 사회를 지목
향후 5년 이내에 필요한 사회변화는 무엇인가에 대해 1순위와 2순위로 나누어 물었다. 1순위 응답은 50.0%의 응답을 보인 불평등,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한 사회를 위한 사회대개혁이었고, 헌정질서 회복이 26.4%, 검찰개혁이 19.3%로 그 뒤를 이었다. 2순위 과제로는 검찰개혁이 35.2%, 불평등,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한 사회를 위한 사회대개혁이 28.8%, 헌정질서 회복이 21.6%로 그 뒤를 이었다. 시민들의 가장 큰 열망은 불평등과 차별, 혐오가 없는 평등한 사회로의 전환이다.

▲향후 5년 이내 필요한 사회변화 (단위 : %) ⓒ 한국여성노동자회
집회를 가는 사람은 평균 3.9 종류의 집회에 참석
지금까지 참석한 모든 집회를 모두 고르라는 응답에 총 응답수는 2413건을 기록하였다. 집회에 참석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172명을 빼면 집회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3.9종류의 집회에 참석하였다. 가장 많이 참여한 집회는 노동관련 집회로 17.4%, 박근혜 퇴진 집회 14.0%, 윤석열 퇴진 집회 13.7%,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집회 12.0%의 순이었다. 집회를 한 번도 안 갈 수는 있어도 집회에 가는 응답자들은 한 종류의 집회만 가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차별과 혐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주관식 질문에 대해 522명이 응답해 주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차별 155회, 혐오 80회, 임금 79회, 노동 49회, 비정규직 28회, 불평등 27회 순으로 나타났다.
차별에 대한 언급은 '같은 직종의 임금 성차별', '구조적 성차별', '남녀 임금 차별', '남녀 차별', '비정규직 차별', '노동차별 문제', '불평등 성차별', '비가시화되어 있는 마이크로 차별', '성차별 문화', '성소수자 차별' 등의 언급에서 보이듯 성별과 임금, 비정규직, 노동 등 다양한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로 나타났다. 혐오는 '여성혐오', '성소수자 혐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와 같이 여성, 성소수자, 소수자에 대한 혐오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한편 차별과 혐오는 '소수자/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처럼 같은 순서쌍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었다. '차별과 혐오를 공정의 이름으로 탈바꿈해 정당화하는 이들을 동료 시민으로 여기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과 같은 응답도 있었다. 응답자들은 소수자와 약자들이 겪는 차별과 혐오, 노동시장에서 겪는 성차별, 낮은 임금, 비정규직, 불평등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새 정부가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차별이 아닌 평등, 성평등"
새 정부가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라는 주관식 질문에 언급된 단어는 평등이 126회, 그 중 성평등이 30회로 나타났고, 차별이 102회, 노동 48회, 여성 41회, 임금 40회로 나타났다. 평등이란 단어는 '남녀고용평등', '남녀평등', '남녀 평등 사회', '국민평등',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하도록', '모두가 평등한 사회'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성별을 포함한 모든 시민의 평등을 바라는 응답자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 차별은 '단순 성차별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의 '속성'에서 나오는 차별이 없어야 합니다.', '구조적 성차별을 없애야 한다', '우리 사회에 성차별이 만연하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통과와 실천', '임금차별해소', '차별없는 임금', '채용 성차별 철폐' 등과 같이 구조적 성차별, 임금차별, 채용 성차별 등 다양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바람을 넘어 구체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었다.
새 정부가 해야할 일은 명확하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필두로 불평등,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한 사회를 위한 목표로 사회 대개혁을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내란을 제압하고 조기 대선을 만들어낸 시민들의 한 목소리이다.
2024년 기준, 여성 비정규직의 월 평균임금은 169만 원으로, 남성 정규직의 430만 원에 비해 39.4%에 불과합니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여성 비정규직은 1년 중 144일만 임금을 받고, 145일째부터는 무급으로 일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올해 5월 25일은 '임금차별타파의 날', 5월 25일부터 5월 31일의 한 주는 '임금차별타파주간'이었습니다. 성별임금격차와 여성노동현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새 정부에서 성평등 노동을 바라는 목소리, 2025임금차별타파주간 연속기고기사로 만나봅니다.
임금차별타파주간을 맞아 5월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명숙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장은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한 구체적 제도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박 회장은 고용평등상담실의 폐쇄, 무너진 고용평등 행정체계, 여성노동자의 안전 사각지대를 고발하며 새 정부에 근본적 개혁을 촉구했다.
박 회장은 "여성노동자 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비정규직, 단시간근로, 저임금, 성차별, 성희롱, 불안정 고용"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책임 있는 행정체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불안정한 일터에서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살아가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정책 집행력을 갖춘 성평등 노동 행정체계의 구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성평등 노동 정책, 추진체계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박 회장은 성평등 노동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노동부 내 차별시정국 신설을 제안했다. 고용평등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로서 고용평등부서가 중심이 되어 지방노동관서까지 일관된 행정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고용노동부 체계로는 고용차별 개선이 일관되게 집행될 수 없다. 지방노동청에도 고용평등실을 두고 통합적 사무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여성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산업안전 기준이 대부분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어 여성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급식실에서의 폐암 사례, 직장여성의 높은 유산율 등이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산업안전보건기준을 성인지적으로 재점검하고, 이를 전담할 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성노동자가 배제되지 않는 안전한 노동환경 구축이 필수라는 주장이다.
"고용평등상담실 폐쇄는 여성노동권 후퇴의 상징이었다"
박 회장은 윤석열 정부가 2024년 민간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상담실을 폐쇄한 사실을 언급하며 "고평실 폐쇄는 여성노동자 권리구제의 최후 보루를 빼앗은 것"이라고 규탄했다.
민간고용평등상담실은 24년 동안 고용차별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의 신속한 권리구제, 사건지원, 실질적 피해 회복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폐쇄한 뒤 고용노동부 지청으로 넘긴 심층상담은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백이면 백 다 '성희롱이 아니다'라며 피해자들은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 없는 근로감독 시스템이 여성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평실 폐쇄에 맞서 여성노동자들은 지난 겨울 내내 4개월간 광화문 광장에서 부스를 설치하고 복원을 요구하며 16주 동안 서명을 받았다. 1만여 명의 시민이 이 싸움에 서명과 후원으로 응답했다. 박 회장은 "고평실은 단순한 상담창구가 아니라 여성노동자의 마지막 버팀목이자 현장에서 가장 실질적 권리구제를 담당한 기관이었다"며 복원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제는 성평등 노동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발언 말미에서 박 회장은 새 정부를 향해 이렇게 촉구했다.
"성평등 노동 실현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성평등 노동 추진체계를 법제화하고, 고용평등상담실 복원과 성인지적 산업안전 체계 구축을 새 정부는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5월 27일 수도권 현장에서 울려 퍼진 이 요구는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성평등 노동을 위한 정책 집행력 확보, 고용평등상담실 복원, 성인지 산업안전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책무다.
임금차별타파주간을 맞아 5월 27일 열린 기자회견 현장에서 디지털콘텐츠 여성노동자의 절박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김효진 지회장은 '페미니즘 사상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되고 있는 집단 괴롭힘과 그 속에서 방치된 창작노동자의 인권 실태를 고발했다.
윤석열 파면 이후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노동 현장에 남아 있다.
"우리는 지켜지지 않았다"
김효진 지회장은 먼저 2021년 도쿄올림픽 당시 안산 선수 사건을 언급했다. 일부 남성들이 안산 선수를 '페미니스트'라고 비난하며 사회적 논란이 일었고, 여성가족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성혐오적 표현이나 인권침해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냈다. 그러나 그보다 5년 전 2016년 게임업계에서는 전혀 다른 대응이 이어졌다. 넥슨은 일부 남성 이용자들의 공격을 받고 한 성우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이 사건 이후부터 디지털콘텐츠 업계 전체로 페미니즘 사상검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김 지회장은 지적했다.
이후 웹툰, 게임, 성우, 유튜브 등 디지털콘텐츠 업계 곳곳에서 여성 창작자들은 SNS 글, 착용 물품, 과거 발언 하나하나까지 문제 삼는 사상검증과 집단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다. 기업들은 대부분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 계약 해지 등으로 사태를 '정리'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국민 영웅은 지켜줬지만, 창작노동자는 아무도 지켜주지 않았다"는 김 지회장의 말은 이 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근로자가 아니라서 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
괴롭힘 이후 법적 보호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근로자가 아니므로 진정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반복해서 받아야 했다.
디지털콘텐츠 창작자들은 대부분 프리랜서, 특수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지만, 고용계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법·인권법의 보호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들은 일하면서도 법적으로는 '노동자'가 아니며, 그러므로 괴롭힘 피해조차 법적으로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김 지회장은 이를 두고 "일을 하고 세금을 내며 살아가지만, 법적으로는 보호받지 못하는 국민이 되어버렸다"고 토로했다.
"새 정부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김 지회장은 새 정부를 향해 단호히 요구했다.
"우리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인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사상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거나 일자리를 잃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새 정부는 국민의 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이 사안이 단순히 일부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노동, 특수고용, 디지털콘텐츠산업 전반으로 확대된 노동권·인권 사각지대 문제임을 강조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창작노동자 인권 보장은 성평등 노동의 핵심 과제다"
이 외침은 새 정부가 책임지고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시대적 과제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성평등 노동,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 보장 없이는 진정한 사회대개혁도 완성될 수 없다.
지난 5월 27일, 2025 임금차별타파주간 대구지역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지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장은 25년 동안 방송작가로 일해온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권 지회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권 지회장은 정면으로 반박한다. 남성들은 감수성이 부족해서 방송작가를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정규직은 남성이, 비정규직은 여성이
방송 프로그램은 피디와 작가가 한 팀이 되어 만들어진다. 하지만 피디는 정규직이고, 작가는 프리랜서 비정규직이다.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작가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동료로서 대우도 받지 못한다. 권 지회장은 이것이 방송작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돌봄, 콜센터, 서비스노동 등 여성집중 직군 전체에서 노동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노동을 폄하하는 가부장적 구조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하루 1400원 임금 인상, 30년 경력도 월 200만 원 안 돼
권 지회장이 소속된 방송작가지부는 지난해부터 전국 MBC 지역사를 대상으로 단체교섭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협상은 벽에 부딪히고 있다. 대구MBC는 하루 1400원 인상안을 내놓으며 "더는 협상 여지가 없다"고 통보했다. 권 지회장은 "하루 1400원이면 버스도 못 탄다"며 현실을 꼬집었다.
그동안 방송작가들은 회사 사정을 감안해 원고료를 수년간 동결해왔다. 그럼에도 이런 '선의'는 무시됐다. 방송이 결방되면 그 적은 임금조차 온전히 받을 수 없다. 대구MBC 30년 경력 작가가 받는 월급은 2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권 지회장 자신도 25년 경력을 쌓았지만, 2시간 방송 분량에 해당하는 원고를 써도 한 달 수입은 165만 원 정도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여성노동도 노동이다
방송작가 역시 엄연한 노동자다.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여성이 다수라는 이유로 노동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권 지회장은 "방송작가들은 주체적인 여성 노동자로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5월 27일, 2025 임금차별타파주간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은경 학교비정규직 시간제 돌봄전담사는 "차별과 저평가, 외주화가 계속되는 돌봄 현장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먼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여성차별적 인식과 성평등 정책 후퇴를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발언을 내놓으며 차별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성평등 정책을 후퇴시켜왔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며 여성과 성평등을 아예 삭제한 정책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돌봄은 저렴하게 외주화하면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김 전담사는 "국가의 돌봄정책이 돌봄을 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돌봄노동은 감정·기능·관계가 얽힌 복잡한 노동이지만, '되도록 싼값에 외주화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정책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의 돌봄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려 하기보다는 보여주기식 성과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 결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늘봄학교' 정책은 "기괴한 돌봄 운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늘봄 정책은 겉으로는 질 높은 무상 프로그램과 무상 간식을 강조하지만, 정작 돌봄 운영비는 삭감됐고, 기존 돌봄교실의 정서적 돌봄 기능은 축소됐다. "엄마품 돌봄이라는 안정적 정서 제공은 배제되고, 무상 프로그램 제공 장소로만 변질되고 있다"고 현장의 문제를 짚었다.
더 큰 문제는 안전 문제다.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 외 공백시간에도 아동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지만, 교육청은 오히려 아동 귀가지도 업무를 전담사에게 떠넘긴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 전담사는 "공백시간에도 아이들을 교문까지 인솔하라고 합니다"라며 "전담사의 전문성과 돌봄의 가치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규탄했다.
교육청은 각 학교장의 재량을 강조하며 학교마다 제각각인 탄력 운영을 방치하고 있다. 심지어 안전귀가 보장을 명목으로 저녁 7시까지 2교실 이상 돌봄을 운영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시간제 전담사의 근무시간은 여전히 6시간으로 묶어두고 있다. 초과근무·시간연장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학기 중에도 합반을 강요하며 시간제 돌봄전담사에게 불합리한 차별을 계속 강요하는 현실이라는 것.
김 전담사는 "시간제 전담사도 전일제 전담사와 동일한 자격증을 갖고 있고, 같은 교실에서 같은 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본다. 그런데도 근무시간은 여전히 다르다"고 호소했다. 교육청은 시간제 근로시간 확대 요구에 '근거가 없다'며 귀를 막고 있다.
"교육청은 귀닫고 눈닫고 오로지 정책 자랑에만 올인하고 있습니다!"
돌봄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간제 폐지부터
김 전담사는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돌봄은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돌봄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간제를 폐지하고 8시간 동일근무로 즉시 전환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정부와 교육청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현실적인 늘봄 운영을 실현해야 합니다."
지난 5월 27일, 임금차별타파주간을 맞아 마산·창원 지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가 쏟아졌다. 윤석열 파면 이후 치러진 조기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진행된 이 기자회견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사회대개혁과 성평등 노동 실현을 요구하는 목소리의 자리였다. 이제 대선은 끝났고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들의 요구는 새 정부의 과제가 되어 있다.
김순희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은 윤석열 정부 하에서 구조적 성차별이 부정되면서 성평등 노동이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차별 부정이라는 괴변 아래 여성노동자는 더 가난해졌고, OECD 1위 성별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여성노동자를 향한 혐오범죄와 불안정 노동도 함께 심화됐다고 했다.
김 부지부장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성평등 공시제 법제화를 촉구했다. 성평등 공시제는 기업의 성별임금을 투명하게 공개해 기업의 책임을 묻고, 개선을 유도하는 제도다. 독일,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OECD 주요국들은 이미 도입해 성평등 수준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최저임금 역시 핵심 사안으로 제기됐다. 김 부지부장은 "최저임금이 여성노동자의 기준임금이 되고 있다"며, 실질임금 인상을 위해 생활임금 수준으로의 대폭 인상과 최저임금 물가연동제 도입을 요구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50만 원 이하의 저임금 여성노동자가 전체 여성노동자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새 정부를 향해 "성평등 없는 사회대개혁은 없다"며 성평등 공시제와 임금격차 해소가 이번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여성에게 꿈조차 사치가 된 사회"
경남청년유니온 김지현 조합원은 광장에서 추운 겨울 파면을 외쳤던 청년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파면 이후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지만 청년 여성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년 여성들은 일하고 싶어도 기회조차 얻기 어렵고, 어렵사리 취업해도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조합원은 최근 SPC공장에서 발생한 여성노동자 사망 사고를 언급하며, 일터의 안전조차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 자신도 월세를 벌기 위해 2년간 일용직 알바를 전전해야 했고, 출근 확정이 되지 않아 소득이 끊길까 봐 몸이 아파도 쉬지 못했다.
"여가를 말하지만, 청년 여성에게 여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그는, 청년이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 욕심처럼 느껴지는 사회라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김 조합원은 새 정부가 이제 청년 여성들에게도 희망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고용안정, 생활임금, 노동권 보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해 노동자의 돌봄권 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윤석열 정부 시절 가부장적 정책은 돌봄노동을 오롯이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시키고, 여성노동자는 스스로를 돌볼 여유조차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여성들이 '일하면서 가난해지고, 일하면서 병들어가는 구조'에 놓여 있다며 "돌봄노동이 여성 개인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새 정부를 향해 이제는 돌봄노동 역시 공공적 책임 아래 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누구나 자신을 돌볼 수 있고, 돌봄노동이 정당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새 정부는 성평등 노동으로 응답하라"
마산·창원 현장에서 터져나온 이 날의 발언들은 더 이상 단순한 요구가 아니다. 파면 이후 어렵게 세워진 민주주의 위에서, 이제는 성평등 노동으로 응답하는 것이 새 정부의 시대적 책무가 되었다. 성평등 공시제, 임금격차 해소, 청년 여성 고용안정, 노동자의 돌봄권 보장. 이것이 여성노동자들이 새 정부에게 던진 분명한 과제이다.
"노동법은 있지만, 마트에는 없었습니다."
2025 임금차별타파주간을 맞아 지난달 27일 대구에서 열린 기자회견 현장에서 김종련 대구여성노동자회 회원이 동네마트 노동현장의 실태를 고발했다. 14년간 일하며 경험한 것은 '노동법이 존재하지 않는 일터'였다.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최저임금조차 지켜지지 않던 첫 3년
김 씨는 2011년 입사 후 2024년까지 14년간 마트에서 일했다. 입사 후 첫 3년 동안은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았다. 2014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최저임금에 맞춰졌지만, 이후에도 임금은 늘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렀다. 누구도 쉽게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왜 최저임금도 안 맞춰주느냐"는 김 씨의 질문에 동료는 "언니야, 그러다 오래 못 다니고 쫓겨난다"고 답했다.
동네 마트라는 이유로,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는 '그림의 떡'이었다.
2019년부터 최저임금이 오르자 마트 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근로시간 단축과 인력 감축을 시작했다. 감축 대상은 늘 여성노동자였다. 남성 직원들은 입사와 동시에 주임·계장·대리로 승진하며 관리직으로 올라섰고, 인원 감축에서 제외됐다.
근로시간은 하루 1시간 줄었고, 유급이던 점심시간은 무급으로 일방 전환됐다. 해마다 최저임금은 소폭 인상됐지만, 줄어든 근로시간으로 실질임금 상승은 체감되지 않았다. 인원은 줄어드는 대신 남은 인력의 업무 강도만 높아졌다. 장기근속수당은 물론, 명절 상여금도 사라졌다.
김 씨는 "결국 남은 사람들은 더 빠듯하게, 더 많은 일을 떠안으며 버텨야 했다"고 했다.
60세 이상 여성노동자들만 따로 불려간 자리
지난해에는 근속연수가 높은 60세 이상 여성노동자들만 따로 불러 근무시간을 하루 5시간으로 더 줄이거나 퇴사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강요했다. 관리자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월급이면 알바생 몇 명을 더 쓸 수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외벌이 가장으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불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누구도 쉽게 항의하지 못했다. 한 명씩 불려가 협박을 받으며 서명하거나, 싫으면 나가야 했다.
현장의 열악함은 근로조건만이 아니었다. 관리자들의 폭언은 상시적이었고, 성희롱 피해도 반복됐다. 그러나 성희롱 예방교육은 한 번도 실시되지 않았다. 퇴직금도 법대로 일괄정산하지 않고 매년 회사가 일방적으로 중간정산 방식으로 처리했다. 모든 것이 명백한 노동법 위반이었다. 그럼에도 감독기관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제가 10년 넘게 일하는 동안 노동청은 단 한 번도 오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마트 현장이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고 호소했다. 법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곳이 바로 마트였다.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여성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법이 적용되지 않는 현실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에서 제외돼 있다"
김 씨는 "중소마트 현장은 여전히 법이 작동하지 않는 무법지대에 놓여 있다"며, 실질적 근로감독과 행정당국의 책임 있는 개입을 요구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광장의 빛이 만들어 낸 21대 조기 대선이 끝났다.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이어진 광장에서, 시민들은 다양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는 사회,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한 세상을 바라며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대선에서 논의되는 주제는 경제와 AI에 매몰되어 있었다. 심지어 일부 정당에서는 성평등과 페미니즘에 대해 함구령을 요구하는 주장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기도 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지난 정부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성평등 노동에 대한 논의는 대선 정국에서 실종되었다. 그러나 새 정부는 성평등 노동을 향한 시민들의 열망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21대 대선을 맞아 성평등 노동에 대한 생각을 묻다'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온라인으로 진행한 본 설문조사는 4월 28일부터 5월 22일까지 이루어졌다. 응답자는 총 786명으로 여성이 87.8%, 남성이 6.10%, 논바이너리 3.40%, 기타 2.70%였다. 연령대는 10대 1.4%, 20대 20.6%, 30대 20.6%, 40대 19.1%, 50대 32.7%, 60대 5.2%, 70대 이상 0.4%로 집계되었다.
65.7%가 경험한 낮은 임금
일터에서 경험한 문제를 모두 골라 달라는 복수 응답 질문에 1633개의 응답이 들어왔다. 일터에서의 문제를 경험한 적 없는 66명을 제외하고 720명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2.3개의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786명 중 일한 적 없는 응답자 48명을 빼고 738명을 모수로 비교해서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 중 낮은 임금을 경험한 사람은 485명(65.7%), 불안정한 고용형태는 265명(35.9%), 수직적 직장문화 190명(24.2%), 장시간 노동 176명(22.4%), 성차별적 직장문화 94명(12.0%), 직장 내 괴롭힘 92명(11.7%), 직장 내 성희롱 48명(6.1%) 순으로 나타났다. 낮은 임금은 다른 문제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의 응답을 보이고 있다.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경험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낮은 임금이다.
성차별적 노동환경은 심각한 사회문제 98.1%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461명(58.7%)가 예라고 응답하였고, 아니오라는 응답은 325명(41.3%)였다. 그러나 성차별적 노동환경은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매우 그렇다 556명(70.7%), 그렇다 215명(27.4%)로 응답하여 98.1%의 응답자가 성차별적 노동환경이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평등 노동 실현이 귀하의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냐는 질문에는 480명(61.6%)가 매우 중요, 281명(35.8%)가 중요하다고 응답하여 96.8%가 성평등 노동 실현이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들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성차별적 노동환경은 심각한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성평등 노동 실현은 나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차별을 문제로 인지하고 성평등 노동 실현이 일상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인정하는 응답자가 58.7%에 그치는 것은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된 편견과 오해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1순위 과제는 "성별임금격차 해소"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성별임금격차 해소 43.4%, 고용안정 15.5%, 성차별적 직장문화개선 13.9%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성별임금격차해소 41.0%, 고용안정 18.7%, 성차별적 직장문화개선 10.8% 순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과제와 시급한 과제의 순서는 동일하나 비중에 있어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채용성차별 철폐와 페미니즘 사상검증 근절, 노동시간 단축은 중요도보다 시급성이 더 높은 결과를 보였다. 이에 따라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1순위 과제는 분명하다. 바로 성별임금격차 해소이다.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해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와 시급한 과제 (단위 : %) ⓒ 한국여성노동자회
향후 5년 이내 필요한 사회변화, 절반의 응답자가 평등한 사회를 지목
향후 5년 이내에 필요한 사회변화는 무엇인가에 대해 1순위와 2순위로 나누어 물었다. 1순위 응답은 50.0%의 응답을 보인 불평등,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한 사회를 위한 사회대개혁이었고, 헌정질서 회복이 26.4%, 검찰개혁이 19.3%로 그 뒤를 이었다. 2순위 과제로는 검찰개혁이 35.2%, 불평등,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한 사회를 위한 사회대개혁이 28.8%, 헌정질서 회복이 21.6%로 그 뒤를 이었다. 시민들의 가장 큰 열망은 불평등과 차별, 혐오가 없는 평등한 사회로의 전환이다.
▲향후 5년 이내 필요한 사회변화 (단위 : %) ⓒ 한국여성노동자회
집회를 가는 사람은 평균 3.9 종류의 집회에 참석
지금까지 참석한 모든 집회를 모두 고르라는 응답에 총 응답수는 2413건을 기록하였다. 집회에 참석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172명을 빼면 집회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3.9종류의 집회에 참석하였다. 가장 많이 참여한 집회는 노동관련 집회로 17.4%, 박근혜 퇴진 집회 14.0%, 윤석열 퇴진 집회 13.7%,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집회 12.0%의 순이었다. 집회를 한 번도 안 갈 수는 있어도 집회에 가는 응답자들은 한 종류의 집회만 가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차별과 혐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주관식 질문에 대해 522명이 응답해 주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차별 155회, 혐오 80회, 임금 79회, 노동 49회, 비정규직 28회, 불평등 27회 순으로 나타났다.
차별에 대한 언급은 '같은 직종의 임금 성차별', '구조적 성차별', '남녀 임금 차별', '남녀 차별', '비정규직 차별', '노동차별 문제', '불평등 성차별', '비가시화되어 있는 마이크로 차별', '성차별 문화', '성소수자 차별' 등의 언급에서 보이듯 성별과 임금, 비정규직, 노동 등 다양한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로 나타났다. 혐오는 '여성혐오', '성소수자 혐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와 같이 여성, 성소수자, 소수자에 대한 혐오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한편 차별과 혐오는 '소수자/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처럼 같은 순서쌍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었다. '차별과 혐오를 공정의 이름으로 탈바꿈해 정당화하는 이들을 동료 시민으로 여기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과 같은 응답도 있었다. 응답자들은 소수자와 약자들이 겪는 차별과 혐오, 노동시장에서 겪는 성차별, 낮은 임금, 비정규직, 불평등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새 정부가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차별이 아닌 평등, 성평등"
새 정부가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라는 주관식 질문에 언급된 단어는 평등이 126회, 그 중 성평등이 30회로 나타났고, 차별이 102회, 노동 48회, 여성 41회, 임금 40회로 나타났다. 평등이란 단어는 '남녀고용평등', '남녀평등', '남녀 평등 사회', '국민평등',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하도록', '모두가 평등한 사회'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성별을 포함한 모든 시민의 평등을 바라는 응답자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 차별은 '단순 성차별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의 '속성'에서 나오는 차별이 없어야 합니다.', '구조적 성차별을 없애야 한다', '우리 사회에 성차별이 만연하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통과와 실천', '임금차별해소', '차별없는 임금', '채용 성차별 철폐' 등과 같이 구조적 성차별, 임금차별, 채용 성차별 등 다양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바람을 넘어 구체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었다.
새 정부가 해야할 일은 명확하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필두로 불평등,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한 사회를 위한 목표로 사회 대개혁을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내란을 제압하고 조기 대선을 만들어낸 시민들의 한 목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