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경제성장의 흐름을 타고 1980년대 여성의 경제활동과 사회 참여가 크게 늘었지만 ‘노동인권’ 인식은 한참 부족한 시기였습니다. 한국사회의 남성중심적 문화, 성차별적 구조까지 겹쳐 당시 여성노동자는 이중의 고충을 감내하며 일해야 했지요. 1987년 창립한 한국여성노동자회는 당시 구로동에 근거지를 두고 있었는데요, 창립 직후부터 여러 일터 고충을 겪는 여성노동자에게 상담과 지원을 이어오다, '여성노동 전문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1995년 ‘평등의전화’를 시작했습니다. 서울, 인천, 광주, 마산창원 등 5개 지역 여성노동자회가 시작한 평등의전화 상담은 2018년 경주 지역까지 확대돼 현재 전국 11개 지역 여성노동자회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초기 체불임금 위주이던 상담은 이후 모성권, 비정규직, 성희롱, 괴롭힘, 성차별 등으로 다변화 되었습니다. 상담에서 포착한 여성노동자의 고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법·제도, 피해 구제 시스템, 조직문화, 인식의 변화가 필요했기에 상담활동 외에 교육과 정책 활동, 조직 및 여론화 작업도 뒤따랐습니다. ‘평등의전화’ 지난 30년간의 활동은 우리 사회 여성노동자 운동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치열하게 싸운 30년 저항의 역사를 자축하고 '성평등 노동이 보편인 사회'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다짐하며 10월 28일(화) 오후 2시 '평등의전화 30주년 기념 토론회_ 구조적 성차별에 맞선 저항의 역사에서 성평등 노동으로'를 열었습니다.

💫 일시 및 장소 : 25. 10. 28. (화) 오후 2시, 창비서교빌딩 50주년기념홀(온라인 생중계 : 한국여성노동자회 유튜브)
💫 프로그램
💜 사례발표 : 부천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내담자
💜 발제
ㆍ 평등의전화 30년, 상담 통계 분석을 통한 구조적 성차별 변화 :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ㆍ 평등의전화 30년, 상담 사례로 본 구조적 성차별 역사 : 황현숙 평등의전화30년 사례연구팀
ㆍ 평등의전화 상담의 실제와 이론 - 상담활동가, 자문위원, 내담자 구술을 중심으로 : 박선영 중앙대 중앙사회학연구소연구원
💜 토론
ㆍ 이영희 공인노무사, 서울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
ㆍ 김경희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ㆍ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ㆍ 박정현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장
ㆍ 이정현 성평등가족부 고용평등총괄과장
💜 이후 종합토론
💫 주관 : 한국여성노동자회 💫 한국여성재단, 하인리히 뵐 재단-동아시아 사무소
😀 토론회가 온라인으로 생중계 되었음에도 정말 많은 분들이 평등의전화 3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직접 걸음해 주셨어요.
첫 번째 순서는 부천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내담자 '구미정' 님의 발언이었습니다. 평등의전화와 함께 자신의 노동권을 지키고 일터 내 성폭력에 맞서 싸우며 성장한 구미정 님의 이야기가 '나같은 피해를 겪는 사람이 없도록', '다른 누군가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이어졌어요. 평등의전화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이런 귀한 말씀을 듣다니! 여성노동자회 활동가로서 감격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피해 구제와 회복'에 더해 그 과정에서 여성노동자 '스스로 성장'하여 자신의 문제에 '주체 대응'하고, '폭 넓은 연대로 연결'돼 성평등 노동으로 '함께 나아가기'를, 모든 활동가들이 목표하고 꿈꾸니까요. 많은 상담 활동가들이 진한 감동을 느끼고 위로와 응원을 받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구미정 님께 감사인사를 전하며, 발언 전문을 싣습니다.
당연한 일이 행운이 아닌 일상이어야 합니다. 제가 부천여성노동자회와 인연이 닿은 것은 15~6년 전부터인 것 같습니다. 인문학 소모임을 함께하던 지인의 소개로 부천여노 회원이 되었습니다. 문화강좌, 페미노동아카데미 등 부천여노가 주관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사회문제에 관심 갖고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노동환경, 노동자의 권리, 노동법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부천여노로부터 큰 도움을 두 번 받았습니다. 첫 번째는 체불임금 상담이었습니다. 부천여노 회원으로 활동하며 ‘회사가 최저임금 미만을 지급했다면, 임금체불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최저임금이 안되는 급여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못 받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지’ 부천여노에 상담했습니다. 상담활동가는 ‘못 받은 임금은 물론, 일하는 동안 받지 못했던 3년치의 연차수당까지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노동청에 체불임금을 청구하는 방법도 상세히 알려주었습니다. 그 덕에 제가 못 받았던 급여와, 연차를 받고, 퇴직금도 제대로 받고 퇴사할 수 있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는데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내 권리를 찾고 지켰다는 사실이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두 번째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는 직장동료에게 2018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스토킹을 당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 호감 표명이라 생각해 정중히 거절하니 본인이 실수했다고 해서 그걸로 정리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2달, 3달, 혹은 6달 이상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접근해 왔습니다. 저는 ‘자아가 강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스토킹에대해 대처도 잘했고, 끝까지 혼자서 잘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거절해도 그때뿐이고 전화는 물론, 선물이 든 쇼핑백을 직접 들고 사람들 눈을 피해 나타나는 일이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상대는 거절하고 피할수록 더 집요하고 교묘하게 접근했고, 점점 피하고 숨는 것이 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퇴근할 때는 상대가 어디서 어떻게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승용차까지 걸어가며 휴대폰 동영상 녹화를 하게 되었고, 집까지 따라오는 건 아닌지 불안해서 매일 퇴근길을 바꾸어가며 먼 길로 돌아 집으로 가야 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현관문을 닫을 때까지 불안에 떨어야 했고, 문을 잠그고서야 안심하는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매일이 불안과 공포였습니다. 자그마치 4년이었습니다. 도저히 혼자 해결할 수 없어서 회사에 알렸습니다. 회사는 초반에는 단순 남녀문제로 여겼다가 상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조사를 거쳐 인사위원회에서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상대를 해고하였습니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는데 더 힘든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가해자가 부당해고라며 진정을 냈고, 1차에서는 상대가 자신의 행위를 모두 인정해 기각되었으나, 2차에서는 ‘행위는 인정되나 해고는 과하다’는 판단이 나오자 상대가 복직을 요구하였습니다. 회사는 3차 행정심판을 신청했고, 여기서 다시 기각되었으나 현재 가해자는 다시 고등법원에 항고한 상태입니다. 2차가해로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회사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를 변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문을 냈고, 저는 진실은 밝혀진다는 믿음으로 침묵하며 기다리는 동안,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로 되어있었습니다. 억울함에 신체에 이상 증상까지 와서 병원 신세를 지고서야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부천여노 회원으로 있으면서 부천여노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그곳에 이야기하면 당연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을 0원으로 처리해 실질적인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부천여노 상담실은 제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고, 결국 ‘경기도 젠더폭력 통합 대응단’과 연계하여 변호사도 소개받고, 3개월간의 심리상담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심리상담을 통해 내가 ‘교묘하고 집요한 스토킹 폭력에 잠식된 상태’임을 깨닫고 여기서 벗어나서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부천여성노동자회 상담실의 조력이 저에게는 ‘숨통이 트이는’ 결정적인 계기였고, ‘싸움의 시작’이었습니다. 상담실과 함께한 지난 2년의 시간은 ‘내 삶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여성노동상담실이 존재했기에 ‘싸울 결심’이 가능했고, 지금까지 제가 일상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을 왜 폐지했을까요? 부천여노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수소문한 끝에 ‘경기도 젠더폭력 통합 대응단’으로 연계해주어 도움을 받았지만 불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대응단은 경기도청이 있는 수원에 위치해 있습니다. 부천에서 수원까지는 거리도 멀고, 교통도 불편합니다. 불안한 현실에 처해 있는 상태에서 먼 거리를 오가며 상담을 한다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모든 상담은 전화와 이메일로 이루어졌습니다. 전화와 메일로 소통하는 것과 얼굴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히 차이가 있고, 상담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심리상담은 담당자분께서 직접 부천으로 와 주어서 불편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젠더폭력 통합대응단에서 변호사도 소개받고, 심리상담도 받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긴 했지만, 하루 빨리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이 제자리를 찾아 다른 분들은 가까운 곳에서 상담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현재 생활을 위해 버스운전을 하고 있지만, 시를 쓰는 시인이기도 합니다. 스토킹 상대가 나의 SNS며 블로그를 시시각각 살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때부터 인터넷에서 하던 활동을 멈추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피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제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다시 글을 쓰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와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부천여노 상담실, 그 외 여러 단체와 활동가들의 도움과 지지 덕분에 힘든 시간을 이겨낸 만큼, 나도 다른 누군가를 도울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회사 노동조합에 여성들을 위한 소통창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고, 제가 그 중심 역할을 맡아 여성부장으로 임명되어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부천여성노동자회에 제가 여성부장이 되었다고 알렸을 때 저만큼 기뻐하며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저는 제가 행운아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여전히 언제 보복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나를 도와주는 여러 단체와 사람들이 있고, 나는 아직 살아있고, 회사도 다니고 있고, 흉기에 찔려 피 흘리며 죽어가진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이런 당연한 일이 행운이 아닌 일상이어야 합니다. 심리상담을 받으며 공권력이 지켜주지 못한 권리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스토킹, 성희롱, 성차별, 괴롭힘 등을 겪은 피해자가 이러한 조력을 당연하게 누리며 자신의 권리를 찾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피해를 입고, 그 피해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심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고용평등상담실이 나와 가까운 곳에 있어 누구라도 도움을 청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제가 두려움에 지쳐서 물러서지 않게 격려해주고 도움주신 부천여성노동자회와 여러 단체에게 감사드리며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도 용기 내어 대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어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통계 분석 발제를 해주셨습니다. 지난 30년(1995년 9월~2024년 12월) 동안 축적된 평등의전화 데이터베이스(DB) 분석 결과(내담자 총 7만6925명)였는데요, 시기별로 비중이 높았던 상담유형, 각 유형이 어떤 변화 추이를 보이는지 살펴볼 수 있었고, 이는 그대로 '우리 사회 노동시장의 성차별 구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드러냈습니다. 근로조건 관련 상담은 1998~2009년까지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했고 최근까지도 30~40%대를 기록 중입니다. 2010년 이후에는 모부성권 상담이 많이 증가해 2013년 42.8%로 최고 수치 기록했으나 2022년부터는 점차 줄어서 20%대 미만을 차지했습니다. 2017년 미투운동 확산으로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 20%를 웃돌며 모부성권 상담을 앞섰습니. 직장 내 괴롭힘도 법 시행 이후 시점인 2019년 5.4%를 기록했고, 이후 매년 비중이 증가해 지난해는 11.2%까지 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평등의전화 30주년 사례연구팀’을 대표하여 황현숙 서울여성노동자회 이사가 발제에 나섰습니다. 황현숙 이사는 '한국사회 노동시장 변화, 여성노동 관련 법 제도 변화 등을 반영해 10년 단위로 시기를 구분해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 1기(1995~2004년)는 IMF외환위기로 노동자의 대량해고가 이어졌고 기업에서는 여성을 우선 해고하는 기조였습니다. 이러한 상담사례를 공론화 해 정부가 여성실업대책도 세우도록 이끌었습니다. 또한, 노동시장 유연화 요구에 따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이도 합니다. 이들이 겪는 고용 불안정 문제에 적극 대응하여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텔레마케터 등 여성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겪는 부당해고, 임금체불 등 문제를 우리 사회에 알려냈습니다.
- 2기(2005~2014년)는 저출산 문제가 대두하기 시작하고,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가 주목받으며 ‘모성보호’ 정책이 늘었습니다. 이때 평등의전화는 모성이 ‘보호’가 아닌 ‘권리’임을 적극 부각시키는 한편, 아버지의 권리인 '부성권'도 함께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로 ‘모부성권’이란 용어를 제시하고 알려냈습니다. 모부성권 개념은 여성에게만 모든 책임이 집중된 한국사회의 '성차별적인 돌봄 분업 구조'가 문제임을 뚜렷이 드러냈으며, 남성을 포함해 '누구나' 일·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평등의전화는 법 제도가 있어도 ‘사내눈치법’ 탓에 법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여성노동자들이 ‘사내 1호 산전후휴가’를 확보하거나 출산이나 육아휴직 뒤 ‘원직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 3기(2015~2024)는 미투운동이 거세게 일었던 시기입니다. 이전까지는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여기며 자포자기 했다면, 직장 내 성희롱이 ‘불법’이라는 여성노동자의 인식변화가 두드러지며 '수년 전에 겪은 피해지만, 지금이라도 신고하고 싶다'고 평등의전화를 찾는 여성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공론화한 결과 성희롱 피해자 유급휴가 제도 신설, 성희롱으로 인한 퇴직자 실업급여 수급권 확보 등 제도 개선이 이어졌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무급휴직을 강요당한 여성노동자들이 평등의전화를 찾아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된 사례도 소개하였습니다.
발제 마지막에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지난 30년간 평등의전화를 찾은 내담자들이 진심을 꾹꾹 담아 쓴 편지였어요. 저 몇 줄이 상담활동가들의 손이 되고 발이 되고, 심장을 뛰게 했을 겁니다. 폭압적인 구조적 성차별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서로를 일으키고 다독이며 용감하게 싸운 여성들이 우리 사회 성평등 노동을 이루어왔구나! 싶었습니다. 모든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지 못해 아쉬워요


마지막 발제는 박선영 중앙대 중앙사회학연구소 연구원이 이었습니다. 평등의전화 상담활동가 17명과 평등의전화 자문 노무사 3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정리하여 '평등의전화 상담'을 질적으로 분석한 결과였습니다. 박선영 연구원은 '상담활동가들은 수많은 현장 사례를 통해 법의 한계를 체득하고, 법의 공백과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모색'한다며, 이러한 ‘운동성’과 ‘전문성’의 결합이야말로 평등의전화 상담의 핵심이자 강점이라고 정리했습니다. 박선영 연구원은 발제 말미에 "평등의전화 30년의 활동이 보여준 것은 ‘상담실’이 아니라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한 (민과 관의) 유기적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제언하며,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을 넘어, '제도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실질적 대응 체계가 필요'하기에 '노동부 내 고용평등 전담조직 재설치, 시민사회와 대등한 협력관계 구축, 안정적 재정 지원 등이 총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 마지막 순서로 모든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테이블에 앉아 토론과 질의 응답을 이어갔습니다.

💫 토론회 생중계 다시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uXoa-4Hh72s
💫 토론회 자료집 다운로드 : https://drive.google.com/file/d/1oOeFDHmwqROSeHIv1LmzXybHQaWzKtwt/view
토론회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 토론회 책자 중 한 페이지에서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어요. 평등의전화 상담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말씀이었거든요(자뻑(?) 아니고 팩트입니다😁)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운 활동가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서로 배우고 끌어주며 앞으로의 평등의전화 30년도 잘 이어가겠습니다!
평등의전화 상담활동가는 단순히 듣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분석하고, 함께 싸우는 동료’로서 제 옆에 계셨습니다. 상담 내용의 깊이는 물론, 여성노동자 현실에 대한 이해가 뛰어났고, 현장과 제도를 모두 아우르는 현실적 조언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른 기관에서는 흔히 법률적 절차나 표준화 된 대응만을 안내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평등의전화는 감정적 회복과 제도적 대응을 병행할 수 있도록 구조화 된 상담을 진행해주었습니다. 특히 ‘노동자이자 여성’이라는 이중적 정체성에 대한 분석과 이해는 상담의 질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줍니다.(내담자1) |  |

급격한 경제성장의 흐름을 타고 1980년대 여성의 경제활동과 사회 참여가 크게 늘었지만 ‘노동인권’ 인식은 한참 부족한 시기였습니다. 한국사회의 남성중심적 문화, 성차별적 구조까지 겹쳐 당시 여성노동자는 이중의 고충을 감내하며 일해야 했지요. 1987년 창립한 한국여성노동자회는 당시 구로동에 근거지를 두고 있었는데요, 창립 직후부터 여러 일터 고충을 겪는 여성노동자에게 상담과 지원을 이어오다, '여성노동 전문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1995년 ‘평등의전화’를 시작했습니다. 서울, 인천, 광주, 마산창원 등 5개 지역 여성노동자회가 시작한 평등의전화 상담은 2018년 경주 지역까지 확대돼 현재 전국 11개 지역 여성노동자회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초기 체불임금 위주이던 상담은 이후 모성권, 비정규직, 성희롱, 괴롭힘, 성차별 등으로 다변화 되었습니다. 상담에서 포착한 여성노동자의 고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법·제도, 피해 구제 시스템, 조직문화, 인식의 변화가 필요했기에 상담활동 외에 교육과 정책 활동, 조직 및 여론화 작업도 뒤따랐습니다. ‘평등의전화’ 지난 30년간의 활동은 우리 사회 여성노동자 운동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치열하게 싸운 30년 저항의 역사를 자축하고 '성평등 노동이 보편인 사회'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다짐하며 10월 28일(화) 오후 2시 '평등의전화 30주년 기념 토론회_ 구조적 성차별에 맞선 저항의 역사에서 성평등 노동으로'를 열었습니다.
💫 일시 및 장소 : 25. 10. 28. (화) 오후 2시, 창비서교빌딩 50주년기념홀(온라인 생중계 : 한국여성노동자회 유튜브)
💫 프로그램
💜 사례발표 : 부천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내담자
💜 발제
ㆍ 평등의전화 30년, 상담 통계 분석을 통한 구조적 성차별 변화 :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ㆍ 평등의전화 30년, 상담 사례로 본 구조적 성차별 역사 : 황현숙 평등의전화30년 사례연구팀
ㆍ 평등의전화 상담의 실제와 이론 - 상담활동가, 자문위원, 내담자 구술을 중심으로 : 박선영 중앙대 중앙사회학연구소연구원
💜 토론
ㆍ 이영희 공인노무사, 서울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
ㆍ 김경희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ㆍ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ㆍ 박정현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장
ㆍ 이정현 성평등가족부 고용평등총괄과장
💜 이후 종합토론
💫 주관 : 한국여성노동자회 💫 한국여성재단, 하인리히 뵐 재단-동아시아 사무소
😀 토론회가 온라인으로 생중계 되었음에도 정말 많은 분들이 평등의전화 3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직접 걸음해 주셨어요.
첫 번째 순서는 부천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내담자 '구미정' 님의 발언이었습니다. 평등의전화와 함께 자신의 노동권을 지키고 일터 내 성폭력에 맞서 싸우며 성장한 구미정 님의 이야기가 '나같은 피해를 겪는 사람이 없도록', '다른 누군가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이어졌어요. 평등의전화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이런 귀한 말씀을 듣다니! 여성노동자회 활동가로서 감격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피해 구제와 회복'에 더해 그 과정에서 여성노동자 '스스로 성장'하여 자신의 문제에 '주체 대응'하고, '폭 넓은 연대로 연결'돼 성평등 노동으로 '함께 나아가기'를, 모든 활동가들이 목표하고 꿈꾸니까요. 많은 상담 활동가들이 진한 감동을 느끼고 위로와 응원을 받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구미정 님께 감사인사를 전하며, 발언 전문을 싣습니다.
당연한 일이 행운이 아닌 일상이어야 합니다.
제가 부천여성노동자회와 인연이 닿은 것은 15~6년 전부터인 것 같습니다. 인문학 소모임을 함께하던 지인의 소개로 부천여노 회원이 되었습니다. 문화강좌, 페미노동아카데미 등 부천여노가 주관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사회문제에 관심 갖고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노동환경, 노동자의 권리, 노동법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부천여노로부터 큰 도움을 두 번 받았습니다.
첫 번째는 체불임금 상담이었습니다. 부천여노 회원으로 활동하며 ‘회사가 최저임금 미만을 지급했다면, 임금체불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최저임금이 안되는 급여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못 받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지’ 부천여노에 상담했습니다. 상담활동가는 ‘못 받은 임금은 물론, 일하는 동안 받지 못했던 3년치의 연차수당까지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노동청에 체불임금을 청구하는 방법도 상세히 알려주었습니다. 그 덕에 제가 못 받았던 급여와, 연차를 받고, 퇴직금도 제대로 받고 퇴사할 수 있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는데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내 권리를 찾고 지켰다는 사실이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두 번째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는 직장동료에게 2018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스토킹을 당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 호감 표명이라 생각해 정중히 거절하니 본인이 실수했다고 해서 그걸로 정리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2달, 3달, 혹은 6달 이상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접근해 왔습니다. 저는 ‘자아가 강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스토킹에대해 대처도 잘했고, 끝까지 혼자서 잘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거절해도 그때뿐이고 전화는 물론, 선물이 든 쇼핑백을 직접 들고 사람들 눈을 피해 나타나는 일이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상대는 거절하고 피할수록 더 집요하고 교묘하게 접근했고, 점점 피하고 숨는 것이 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퇴근할 때는 상대가 어디서 어떻게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승용차까지 걸어가며 휴대폰 동영상 녹화를 하게 되었고, 집까지 따라오는 건 아닌지 불안해서 매일 퇴근길을 바꾸어가며 먼 길로 돌아 집으로 가야 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현관문을 닫을 때까지 불안에 떨어야 했고, 문을 잠그고서야 안심하는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매일이 불안과 공포였습니다. 자그마치 4년이었습니다.
도저히 혼자 해결할 수 없어서 회사에 알렸습니다. 회사는 초반에는 단순 남녀문제로 여겼다가 상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조사를 거쳐 인사위원회에서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상대를 해고하였습니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는데 더 힘든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가해자가 부당해고라며 진정을 냈고, 1차에서는 상대가 자신의 행위를 모두 인정해 기각되었으나, 2차에서는 ‘행위는 인정되나 해고는 과하다’는 판단이 나오자 상대가 복직을 요구하였습니다. 회사는 3차 행정심판을 신청했고, 여기서 다시 기각되었으나 현재 가해자는 다시 고등법원에 항고한 상태입니다.
2차가해로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회사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를 변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문을 냈고, 저는 진실은 밝혀진다는 믿음으로 침묵하며 기다리는 동안,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로 되어있었습니다. 억울함에 신체에 이상 증상까지 와서 병원 신세를 지고서야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부천여노 회원으로 있으면서 부천여노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그곳에 이야기하면 당연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을 0원으로 처리해 실질적인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부천여노 상담실은 제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고, 결국 ‘경기도 젠더폭력 통합 대응단’과 연계하여 변호사도 소개받고, 3개월간의 심리상담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심리상담을 통해 내가 ‘교묘하고 집요한 스토킹 폭력에 잠식된 상태’임을 깨닫고 여기서 벗어나서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부천여성노동자회 상담실의 조력이 저에게는 ‘숨통이 트이는’ 결정적인 계기였고, ‘싸움의 시작’이었습니다. 상담실과 함께한 지난 2년의 시간은 ‘내 삶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여성노동상담실이 존재했기에 ‘싸울 결심’이 가능했고, 지금까지 제가 일상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을 왜 폐지했을까요?
부천여노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수소문한 끝에 ‘경기도 젠더폭력 통합 대응단’으로 연계해주어 도움을 받았지만 불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대응단은 경기도청이 있는 수원에 위치해 있습니다. 부천에서 수원까지는 거리도 멀고, 교통도 불편합니다. 불안한 현실에 처해 있는 상태에서 먼 거리를 오가며 상담을 한다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모든 상담은 전화와 이메일로 이루어졌습니다. 전화와 메일로 소통하는 것과 얼굴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히 차이가 있고, 상담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심리상담은 담당자분께서 직접 부천으로 와 주어서 불편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젠더폭력 통합대응단에서 변호사도 소개받고, 심리상담도 받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긴 했지만, 하루 빨리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이 제자리를 찾아 다른 분들은 가까운 곳에서 상담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현재 생활을 위해 버스운전을 하고 있지만, 시를 쓰는 시인이기도 합니다. 스토킹 상대가 나의 SNS며 블로그를 시시각각 살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때부터 인터넷에서 하던 활동을 멈추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피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제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다시 글을 쓰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와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부천여노 상담실, 그 외 여러 단체와 활동가들의 도움과 지지 덕분에 힘든 시간을 이겨낸 만큼, 나도 다른 누군가를 도울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회사 노동조합에 여성들을 위한 소통창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고, 제가 그 중심 역할을 맡아 여성부장으로 임명되어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부천여성노동자회에 제가 여성부장이 되었다고 알렸을 때 저만큼 기뻐하며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저는 제가 행운아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여전히 언제 보복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나를 도와주는 여러 단체와 사람들이 있고, 나는 아직 살아있고, 회사도 다니고 있고, 흉기에 찔려 피 흘리며 죽어가진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이런 당연한 일이 행운이 아닌 일상이어야 합니다. 심리상담을 받으며 공권력이 지켜주지 못한 권리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스토킹, 성희롱, 성차별, 괴롭힘 등을 겪은 피해자가 이러한 조력을 당연하게 누리며 자신의 권리를 찾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피해를 입고, 그 피해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심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고용평등상담실이 나와 가까운 곳에 있어 누구라도 도움을 청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제가 두려움에 지쳐서 물러서지 않게 격려해주고 도움주신 부천여성노동자회와 여러 단체에게 감사드리며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도 용기 내어 대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어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통계 분석 발제를 해주셨습니다. 지난 30년(1995년 9월~2024년 12월) 동안 축적된 평등의전화 데이터베이스(DB) 분석 결과(내담자 총 7만6925명)였는데요, 시기별로 비중이 높았던 상담유형, 각 유형이 어떤 변화 추이를 보이는지 살펴볼 수 있었고, 이는 그대로 '우리 사회 노동시장의 성차별 구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드러냈습니다. 근로조건 관련 상담은 1998~2009년까지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했고 최근까지도 30~40%대를 기록 중입니다. 2010년 이후에는 모부성권 상담이 많이 증가해 2013년 42.8%로 최고 수치 기록했으나 2022년부터는 점차 줄어서 20%대 미만을 차지했습니다. 2017년 미투운동 확산으로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 20%를 웃돌며 모부성권 상담을 앞섰습니. 직장 내 괴롭힘도 법 시행 이후 시점인 2019년 5.4%를 기록했고, 이후 매년 비중이 증가해 지난해는 11.2%까지 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평등의전화 30주년 사례연구팀’을 대표하여 황현숙 서울여성노동자회 이사가 발제에 나섰습니다. 황현숙 이사는 '한국사회 노동시장 변화, 여성노동 관련 법 제도 변화 등을 반영해 10년 단위로 시기를 구분해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발제 마지막에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지난 30년간 평등의전화를 찾은 내담자들이 진심을 꾹꾹 담아 쓴 편지였어요. 저 몇 줄이 상담활동가들의 손이 되고 발이 되고, 심장을 뛰게 했을 겁니다. 폭압적인 구조적 성차별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서로를 일으키고 다독이며 용감하게 싸운 여성들이 우리 사회 성평등 노동을 이루어왔구나! 싶었습니다. 모든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지 못해 아쉬워요
마지막 발제는 박선영 중앙대 중앙사회학연구소 연구원이 이었습니다. 평등의전화 상담활동가 17명과 평등의전화 자문 노무사 3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정리하여 '평등의전화 상담'을 질적으로 분석한 결과였습니다. 박선영 연구원은 '상담활동가들은 수많은 현장 사례를 통해 법의 한계를 체득하고, 법의 공백과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모색'한다며, 이러한 ‘운동성’과 ‘전문성’의 결합이야말로 평등의전화 상담의 핵심이자 강점이라고 정리했습니다. 박선영 연구원은 발제 말미에 "평등의전화 30년의 활동이 보여준 것은 ‘상담실’이 아니라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한 (민과 관의) 유기적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제언하며,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을 넘어, '제도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실질적 대응 체계가 필요'하기에 '노동부 내 고용평등 전담조직 재설치, 시민사회와 대등한 협력관계 구축, 안정적 재정 지원 등이 총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 마지막 순서로 모든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테이블에 앉아 토론과 질의 응답을 이어갔습니다.
토론회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 토론회 책자 중 한 페이지에서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어요. 평등의전화 상담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말씀이었거든요(자뻑(?) 아니고 팩트입니다😁)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운 활동가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서로 배우고 끌어주며 앞으로의 평등의전화 30년도 잘 이어가겠습니다!
평등의전화 상담활동가는 단순히 듣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분석하고, 함께 싸우는 동료’로서 제 옆에 계셨습니다. 상담 내용의 깊이는 물론, 여성노동자 현실에 대한 이해가 뛰어났고, 현장과 제도를 모두 아우르는 현실적 조언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른 기관에서는 흔히 법률적 절차나 표준화 된 대응만을 안내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평등의전화는 감정적 회복과 제도적 대응을 병행할 수 있도록 구조화 된 상담을 진행해주었습니다. 특히 ‘노동자이자 여성’이라는 이중적 정체성에 대한 분석과 이해는 상담의 질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줍니다.(내담자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