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언자 :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 /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
반갑습니다. 저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주최단체인 <젠더폭력해결 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이자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인 박지아입니다. 오늘 우리는 어김없이 2016년부터 십 년 동안 그래왔듯 강남역에 모였습니다. 십 년 전 강남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 ‘대한민국은 여자가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게 목표인 사회다’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포스트잇을 붙였습니다. 십 년 전보다 더 길 시간 내내, 그리고 지난 10년간에도 매일 벌어지는 여성폭력은 우리의 가슴에 잊혀지지 않은 ‘강남역’이라는 이름으로 새겨졌습니다. 그렇기에 강남역은 추모행동이 남긴 기억이며, 강남역으로부터 촉발된 각성과 결집, 행동이 새긴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강남역을 잊지 않고 올해까지 10년간 추모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강남역 10주기를 앞두고 우리의 가슴을 철렁이게하는 사건이 연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양주 교제폭력 살인, 대구 가정폭력 살인, 광주 거리에서의 살인 사건들은 지금도 대한민국이 여성에게 얼마나 안전하지 않은지, 언론에 보도조차 되지 못한 여성폭력 젠더폭력이 얼마나 많은지, 그럼에도 국민의 기본권이 안전권이 얼마나 보장되지 못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남역을 잊지 않고 여성폭력·젠더폭력을 해결하려는 여성시민과 페미니스트들은 지난 3월 8일부터 2달 여의 시간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여성폭력을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을 촉구하는 여성폭력 다이인과 릴레이 토론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전국을 순회하며 수많은 여성들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 것은 강남역은 강남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 어디나 강남역이며, 전국 어디나 여성폭력·젠더폭력 해결을 바라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십 년간 강남역을 잊지 않고 여성폭력·젠더폭력을 해결하려는 여성시민과 페미니스트들은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일어난 지 10년이 되는 2026년 5월 17일 다시 이곳 강남역에 모여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고 외칠 것입니다. 그를 위해 오늘부터 일주일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추모기간을 선포합니다.
오늘부터 5월 17일까지 일주일간 강남역을 기억해 주십시오. 지금도 끝나지 않는 여성들의 죽음과 폭력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고 추모를 딛고 서로에게 주변에 손을 내밀어주십시오. 지금 주변에 혹시라도 혼자 폭력을 견디고 있을 누군가가 있지는 않은지, 도움을 청하는 눈길과 손길을 살펴주십시오.
그리고 5월 17일 이곳 강남역으로 모여주십시오. 우리가 서로의 용기가 되기 위해 모였던 강남역에서 다시! 여성폭력·젠더폭력을 해결할 우리의 힘을 확인시켜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발언자 : 김혜정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 /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 며칠 전, 민주당 대표가 후보유세 중 어린 소녀에게 후보에게 “오빠”라고 불러보라고 하는 장면이 보도되었습니다. 문제는 단순한 호칭이 아닙니다. 여성을 동등한 시민이 아니라, 친밀함과 위계 속에서 통제하고 종속적인 관계로 위치시키려는 감각이 우리 사회 곳곳에 너무 익숙하게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여성을 동료와 시민이 아닌 보호받거나 복종해야 할 존재로 바라보는 문화, 불편함을 이야기하면 “예민하다”고 넘겨버리는 문화, 권력관계를 농담처럼 소비하는 문화가 결국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가능하게 만들어왔습니다. 정치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정치 영역에서 여성은 필요할 때는 호명되었지만, 필요 없을 때는 가장 먼저 지워졌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했고, 여성혐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발언들도 반복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시민들은 묻고 있습니다. 과연 달라졌는가? 여성을 선거에서는 “빛의 혁명”이라 부르면서도, 비동의 강간죄 도입이나 차별금지법 제정 같은 구체적인 젠더 의제에는 여전히 소극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5월 17일은 강남역 살인사건 10주기입니다.
10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교제폭력 재신고는 1만 3,327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구속수사는 130명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관계가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 n번방 사건, 교제폭력 사건들은 여성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방치해온 구조적 폭력이라는 사실을 드러냈습니다.
노동 현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폭력을 신고하는 순간 계약과 생계가 위협 받는 구조 속에서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침묵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방문점검여성노동자 실태조사에서는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이후에도 63.4%가 다시 해당 고객을 대면해야 했습니다. 생계를 위해 위험한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현실, 그것 자체가 폭력입니다.
안전은 개인의 주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조심하라”는 말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사용자의 책임이고, 국가의 의무입니다.
강남역 10주기의 의미는 기억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추모를 행동으로, 분노를 사회를 바꾸는 힘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여성을 통제와 위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문화를 바꾸고, 폭력을 방치하는 법과 제도를 바꾸고, 침묵을 강요하는 노동의 구조를 바꾸어야 합니다. 누가 어떤 폭력을 당했을 때 피해자를 의심하는 사회가 아니라, 진심으로 공감하고 함께 바꾸는 사회여야 합니다.
다시는 이름을 잃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싸우겠습니다. 그리고 바꾸어내겠습니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발언자 : 심지선 (부천새시대여성회 회장 /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 젠더폭력해결 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이며 부천새시대여성회 회장 심지선입니다. 경기에서도 지난 4월부터 6주간 거리와 캠퍼스에서 강남역 10주기 여성 선언을 받았습니다. 전국5,170명 이상의 시민들이 응답했습니다. 경기에서만 천 명이상이 선언을 해주셨습니다. 우리는 투쟁으로 젠더폭력에 맞서는 힘을 키우고 있으며 5천 명이 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결집되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가 되어 행동하고 있습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일어난지 10년이 흘렀습니다. 2023년 경기구리시 바리캉 폭행 감금사건, 2025년 경기하남 여성살해사건, 경기화성 오피스텔 모녀살해사건... 모두 헤어지자고 해서, 여자라서 죽었습니다. 2026년 5월에만 남양주와 부천에서 가장 안전해야할 공간에서 여성이 살해당했으며 안산에서는 가해자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고,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5월 9일 최근까지도 수원의 어느 술집 여자 화장실에서 처음 보는 남자에게 폭행당하는 제보도 들어왔습니다. 남양주, 수원, 안산, 화성, 고양, 부천, 시흥, 용인, 의정부, 파주, 평택, 광명, 성남, 구리, 오산… 경찰에 신고하고도,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살해당한 여성들이 살았던 동네입니다. 여전히 여성은 화장실에서, 거리에서, 집에서, 온라인에서 모든 일상에서 생존권을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강남역은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강남역 10번출구에 붙여져 있던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죽어야 했던 그녀는 또 다른 나입니다.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라는 포스트잇 추모의 마음들을 이어 우리는 끊임없이 광장에 섰습니다. 강남역 이전부터 명명하지 못했던 수많은 폭력들과 ‘내가 밤늦게 다녀서, 내가 짧은 치마를 입어서, 내가 술을 많이 마셔서, 내가 거절을 못해서 ... ’ 수없이 자신을 탓하고 외면하며 무수히 겪어야 했던 사건들에 대해 우리는 다시 거리에서 개인의 추모를 넘어 행동했습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의 피해경험 말하기가 아닙니다. 개인의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성차별의 문제임을, 우리모두의 문제로 각성한 전국의 5170여명이 넘는 선언자들과 함께 외치는 집단의 목소리입니다. 살아남은 여성들의 눈물과 절규가 모여 서울에서 제주까지, 경기,강원, 대구,목포로 그리고 다시 강남역으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5월 17일 강남역으로 모입시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제 피해자가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내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냅시다. 부천새시대여성회는 강남역을 기억하는, 수많은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들의 마음을 기억하며 경기지역에서 투쟁을 이어가겠습니다.
■ 발언자 : 김민임 (강원페미행동 대표) 4월11일 강원도 춘천에서 순회 다이인 집회를 하였습니다. 여성단체와 정당, 종교단체, 노동자 농민 단체가 함께했습니다. 그날은 춘천 인근 접경지역의 군인들과 친구들, 가족들과 봄이 되어 붐비는 거리에서 10년 전 강남역 이야기를 했습니다. 바로 전날에도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잘 이뤄지지 않았음을 호소했던 20대 여성의 죽음이 있었던 것에 마음 아파하며 다이인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날 행사는 강남역 사건을 기억하며 다이인 퍼포먼스 행사를 지역언론에서도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당일 행사는 강원대로 장소를 옮겨서, 토론회로 이어졌습니다.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님의 공간이 지배하는 차별과 불평등의 사회적 편견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토론이 인상깊었습니다. 전국페미연대의 순회 투쟁 후 강원도 강릉에서 소모임이 만들어지고, 강원페미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 년간 정체되었던 여성 소모임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했고, 뜻있는 여성들의 새로운 소모임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직접 나서서 활동해온 10년의 과정이, 순회 다이인 투쟁이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것입니다. 협력과 연대, 먼저 앞서서 실행하는 여러분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올해 강남역 10주기에 춘천에서 강릉에서 참가하시는 분들과 함께 뵙겠습니다. 11차 강원 춘천의 활동보고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발언자 :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안녕하십니까, 저는 동덕여자대학교 재학생연합에 소속원으로서 연대의 뜻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희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학교의 일방적인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여전히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이루어지는 결정 속에서 여성 대학의 의미와 여성 공동체의 가치 역시 쉽게 지워지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려는 구조 속에서, 저희는 여성들이 안전하게 존재하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이 자리는 저희에게 결코 남일이 아닙니다. 여성의 삶과 존엄, 그리고 안전에 대한 문제는 지금도 우리의 현실과 깊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5월 17일 새벽, 강남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가해자는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이를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규정하며 사건의 본질을 지우려 했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그 사건이 단지 우연히 벌어진 범죄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그 사건 이후 “살아남은 내가 피해자일 수도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왜냐하면 여성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상 속에서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늦은 밤 이어폰 한쪽을 빼고 걷는 일, 귀가 전 주변을 여러 번 확인하는 일, 택시 번호판을 지인에게 공유하는 일, 낯선 남성과 단둘이 남게 되는 상황을 경계하는 일은 여성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생존 방식이었습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은 여성들이 느껴왔던 그 불안과 공포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사회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곳곳에서 혐오와 폭력에 노출되고 있으며, 여성 대상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회는 또다시 여성들에게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위험한 시간에 다니지 말라고, 특정한 장소를 피하라고, 스스로를 보호하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왜 여성들이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하고 통제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좀처럼 사회에 던져지지 않습니다.
여성폭력은 결코 개인의 불운이나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 아닙니다. 여성혐오와 차별을 사소한 문제로 여기고, 여성들의 두려움을 예민함으로 치부하며,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해온 사회가 만든 결과입니다. 여성들이 위험을 이야기할 때마다 과민반응이라고 말하고, 여성들이 안전을 요구할 때마다 과도한 요구라고 말하는 사회 속에서 폭력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여성들이 살아남기 위해 생존법을 익혀야 하는 사회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여성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는 특별한 권리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포를 감내해야 하는 현실은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를 맞게 되는 다가오는 5월 17일, 그 자리에 모이게 될 사람들은 단지 한 사건을 추모하기 위한 게 아닐 것입니다. 저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여성폭력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더 이상 그런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추모는 단지 과거를 기억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을 바꾸겠다는 약속이어야 합니다. 저희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역시 여성들이 존엄과 안전을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는 5월 17일 진행되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함께 기억하고 함께 목소리를 낼 때, 사회는 비로소 변화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6년 5월 11일 월요일 오후 2시, 강남역 10번출구 인근 바람의 언덕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습니다. 서울여성노동자회도 이 자리에 함께하였습니다.
10년 전 추모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은 강남역 10번출구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129개 공동주최단체들은 오늘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혐오 범죄에 희생된 고인을 추모하고, 운 좋게 살아남은 우리가 이 사건을 절대 잊지 않고, 여성의 안전이 제도와 문화로 보장되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 계속해서 목소리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근에도 남양주와 대구에서의 가정폭력 살해, 그리고 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10대 여고생 살해 등 장소와 관계를 가리지 않는 여성폭력은 '강남역이 지금도 전국 어디에나 존재하며, 여성폭력이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이를 막지 못하는 시스템의 문제'임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강남역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성폭력을 묵인하는 국가와 사회를 규탄하는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 발언자 :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 /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
반갑습니다. 저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주최단체인 <젠더폭력해결 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이자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인 박지아입니다. 오늘 우리는 어김없이 2016년부터 십 년 동안 그래왔듯 강남역에 모였습니다.
십 년 전 강남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 ‘대한민국은 여자가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게 목표인 사회다’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포스트잇을 붙였습니다. 십 년 전보다 더 길 시간 내내, 그리고 지난 10년간에도 매일 벌어지는 여성폭력은 우리의 가슴에 잊혀지지 않은 ‘강남역’이라는 이름으로 새겨졌습니다. 그렇기에 강남역은 추모행동이 남긴 기억이며, 강남역으로부터 촉발된 각성과 결집, 행동이 새긴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강남역을 잊지 않고 올해까지 10년간 추모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강남역 10주기를 앞두고 우리의 가슴을 철렁이게하는 사건이 연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양주 교제폭력 살인, 대구 가정폭력 살인, 광주 거리에서의 살인 사건들은 지금도 대한민국이 여성에게 얼마나 안전하지 않은지, 언론에 보도조차 되지 못한 여성폭력 젠더폭력이 얼마나 많은지, 그럼에도 국민의 기본권이 안전권이 얼마나 보장되지 못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남역을 잊지 않고 여성폭력·젠더폭력을 해결하려는 여성시민과 페미니스트들은 지난 3월 8일부터 2달 여의 시간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여성폭력을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을 촉구하는 여성폭력 다이인과 릴레이 토론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전국을 순회하며 수많은 여성들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 것은 강남역은 강남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 어디나 강남역이며, 전국 어디나 여성폭력·젠더폭력 해결을 바라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십 년간 강남역을 잊지 않고 여성폭력·젠더폭력을 해결하려는 여성시민과 페미니스트들은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일어난 지 10년이 되는 2026년 5월 17일 다시 이곳 강남역에 모여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고 외칠 것입니다. 그를 위해 오늘부터 일주일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추모기간을 선포합니다.
오늘부터 5월 17일까지 일주일간 강남역을 기억해 주십시오. 지금도 끝나지 않는 여성들의 죽음과 폭력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고 추모를 딛고 서로에게 주변에 손을 내밀어주십시오. 지금 주변에 혹시라도 혼자 폭력을 견디고 있을 누군가가 있지는 않은지, 도움을 청하는 눈길과 손길을 살펴주십시오.
그리고 5월 17일 이곳 강남역으로 모여주십시오.
우리가 서로의 용기가 되기 위해 모였던 강남역에서 다시! 여성폭력·젠더폭력을 해결할 우리의 힘을 확인시켜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발언자 : 김혜정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 /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
며칠 전, 민주당 대표가 후보유세 중 어린 소녀에게 후보에게 “오빠”라고 불러보라고 하는 장면이 보도되었습니다. 문제는 단순한 호칭이 아닙니다. 여성을 동등한 시민이 아니라, 친밀함과 위계 속에서 통제하고 종속적인 관계로 위치시키려는 감각이 우리 사회 곳곳에 너무 익숙하게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여성을 동료와 시민이 아닌 보호받거나 복종해야 할 존재로 바라보는 문화, 불편함을 이야기하면 “예민하다”고 넘겨버리는 문화, 권력관계를 농담처럼 소비하는 문화가 결국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가능하게 만들어왔습니다. 정치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정치 영역에서 여성은 필요할 때는 호명되었지만, 필요 없을 때는 가장 먼저 지워졌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했고, 여성혐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발언들도 반복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시민들은 묻고 있습니다. 과연 달라졌는가? 여성을 선거에서는 “빛의 혁명”이라 부르면서도, 비동의 강간죄 도입이나 차별금지법 제정 같은 구체적인 젠더 의제에는 여전히 소극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5월 17일은 강남역 살인사건 10주기입니다.
10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교제폭력 재신고는 1만 3,327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구속수사는 130명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관계가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 n번방 사건, 교제폭력 사건들은 여성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방치해온 구조적 폭력이라는 사실을 드러냈습니다.
노동 현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폭력을 신고하는 순간 계약과 생계가 위협 받는 구조 속에서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침묵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방문점검여성노동자 실태조사에서는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이후에도 63.4%가 다시 해당 고객을 대면해야 했습니다. 생계를 위해 위험한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현실, 그것 자체가 폭력입니다.
안전은 개인의 주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조심하라”는 말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사용자의 책임이고, 국가의 의무입니다.
강남역 10주기의 의미는 기억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추모를 행동으로, 분노를 사회를 바꾸는 힘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여성을 통제와 위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문화를 바꾸고, 폭력을 방치하는 법과 제도를 바꾸고, 침묵을 강요하는 노동의 구조를 바꾸어야 합니다. 누가 어떤 폭력을 당했을 때 피해자를 의심하는 사회가 아니라, 진심으로 공감하고 함께 바꾸는 사회여야 합니다.
다시는 이름을 잃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싸우겠습니다. 그리고 바꾸어내겠습니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발언자 : 심지선 (부천새시대여성회 회장 /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
젠더폭력해결 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이며 부천새시대여성회 회장 심지선입니다. 경기에서도 지난 4월부터 6주간 거리와 캠퍼스에서 강남역 10주기 여성 선언을 받았습니다. 전국5,170명 이상의 시민들이 응답했습니다. 경기에서만 천 명이상이 선언을 해주셨습니다. 우리는 투쟁으로 젠더폭력에 맞서는 힘을 키우고 있으며 5천 명이 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결집되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가 되어 행동하고 있습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일어난지 10년이 흘렀습니다. 2023년 경기구리시 바리캉 폭행 감금사건, 2025년 경기하남 여성살해사건, 경기화성 오피스텔 모녀살해사건... 모두 헤어지자고 해서, 여자라서 죽었습니다. 2026년 5월에만 남양주와 부천에서 가장 안전해야할 공간에서 여성이 살해당했으며 안산에서는 가해자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고,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5월 9일 최근까지도 수원의 어느 술집 여자 화장실에서 처음 보는 남자에게 폭행당하는 제보도 들어왔습니다.
남양주, 수원, 안산, 화성, 고양, 부천, 시흥, 용인, 의정부, 파주, 평택, 광명, 성남, 구리, 오산… 경찰에 신고하고도,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살해당한 여성들이 살았던 동네입니다. 여전히 여성은 화장실에서, 거리에서, 집에서, 온라인에서 모든 일상에서 생존권을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강남역은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강남역 10번출구에 붙여져 있던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죽어야 했던 그녀는 또 다른 나입니다.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라는 포스트잇 추모의 마음들을 이어 우리는 끊임없이 광장에 섰습니다. 강남역 이전부터 명명하지 못했던 수많은 폭력들과 ‘내가 밤늦게 다녀서, 내가 짧은 치마를 입어서, 내가 술을 많이 마셔서, 내가 거절을 못해서 ... ’ 수없이 자신을 탓하고 외면하며 무수히 겪어야 했던 사건들에 대해 우리는 다시 거리에서 개인의 추모를 넘어 행동했습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의 피해경험 말하기가 아닙니다. 개인의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성차별의 문제임을, 우리모두의 문제로 각성한 전국의 5170여명이 넘는 선언자들과 함께 외치는 집단의 목소리입니다. 살아남은 여성들의 눈물과 절규가 모여 서울에서 제주까지, 경기,강원, 대구,목포로 그리고 다시 강남역으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5월 17일 강남역으로 모입시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제 피해자가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내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냅시다. 부천새시대여성회는 강남역을 기억하는, 수많은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들의 마음을 기억하며 경기지역에서 투쟁을 이어가겠습니다.
■ 발언자 : 김민임 (강원페미행동 대표)
4월11일 강원도 춘천에서 순회 다이인 집회를 하였습니다. 여성단체와 정당, 종교단체, 노동자 농민 단체가 함께했습니다. 그날은 춘천 인근 접경지역의 군인들과 친구들, 가족들과 봄이 되어 붐비는 거리에서 10년 전 강남역 이야기를 했습니다. 바로 전날에도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잘 이뤄지지 않았음을 호소했던 20대 여성의 죽음이 있었던 것에 마음 아파하며 다이인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날 행사는 강남역 사건을 기억하며 다이인 퍼포먼스 행사를 지역언론에서도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당일 행사는 강원대로 장소를 옮겨서, 토론회로 이어졌습니다.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님의 공간이 지배하는 차별과 불평등의 사회적 편견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토론이 인상깊었습니다. 전국페미연대의 순회 투쟁 후 강원도 강릉에서 소모임이 만들어지고, 강원페미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 년간 정체되었던 여성 소모임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했고, 뜻있는 여성들의 새로운 소모임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직접 나서서 활동해온 10년의 과정이, 순회 다이인 투쟁이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것입니다.
협력과 연대, 먼저 앞서서 실행하는 여러분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올해 강남역 10주기에 춘천에서 강릉에서 참가하시는 분들과 함께 뵙겠습니다. 11차 강원 춘천의 활동보고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발언자 :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안녕하십니까, 저는 동덕여자대학교 재학생연합에 소속원으로서 연대의 뜻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희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학교의 일방적인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여전히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이루어지는 결정 속에서 여성 대학의 의미와 여성 공동체의 가치 역시 쉽게 지워지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려는 구조 속에서, 저희는 여성들이 안전하게 존재하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이 자리는 저희에게 결코 남일이 아닙니다. 여성의 삶과 존엄, 그리고 안전에 대한 문제는 지금도 우리의 현실과 깊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5월 17일 새벽, 강남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가해자는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이를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규정하며 사건의 본질을 지우려 했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그 사건이 단지 우연히 벌어진 범죄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그 사건 이후 “살아남은 내가 피해자일 수도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왜냐하면 여성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상 속에서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늦은 밤 이어폰 한쪽을 빼고 걷는 일, 귀가 전 주변을 여러 번 확인하는 일, 택시 번호판을 지인에게 공유하는 일, 낯선 남성과 단둘이 남게 되는 상황을 경계하는 일은 여성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생존 방식이었습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은 여성들이 느껴왔던 그 불안과 공포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사회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곳곳에서 혐오와 폭력에 노출되고 있으며, 여성 대상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회는 또다시 여성들에게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위험한 시간에 다니지 말라고, 특정한 장소를 피하라고, 스스로를 보호하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왜 여성들이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하고 통제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좀처럼 사회에 던져지지 않습니다.
여성폭력은 결코 개인의 불운이나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 아닙니다. 여성혐오와 차별을 사소한 문제로 여기고, 여성들의 두려움을 예민함으로 치부하며,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해온 사회가 만든 결과입니다. 여성들이 위험을 이야기할 때마다 과민반응이라고 말하고, 여성들이 안전을 요구할 때마다 과도한 요구라고 말하는 사회 속에서 폭력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여성들이 살아남기 위해 생존법을 익혀야 하는 사회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여성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는 특별한 권리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포를 감내해야 하는 현실은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를 맞게 되는 다가오는 5월 17일, 그 자리에 모이게 될 사람들은 단지 한 사건을 추모하기 위한 게 아닐 것입니다. 저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여성폭력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더 이상 그런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추모는 단지 과거를 기억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을 바꾸겠다는 약속이어야 합니다. 저희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역시 여성들이 존엄과 안전을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는 5월 17일 진행되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함께 기억하고 함께 목소리를 낼 때, 사회는 비로소 변화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여성노동자회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을 주최하는 126개의 공동주최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여성폭력 다이인 퍼포먼스를 진행하였습니다. 기자회견 종료 후 수십 명의 활동가와 시민은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다”, “여성폭력 지금 당장 해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 바닥에 몸을 뉘여 희생자를 추모하고, 여성의 안전이 위협되는 현실에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기자회견문]
2016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강남역에서 한 여성이 살해당했다.
범인이 ‘여성이라서’ 죽였다고 자백했음에도, 당시의 언론과 경찰과 재판부는 여성혐오범죄라는 것을 부정했다. 그러나 수많은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들, 성평등을 바라는 시민들은 우리 사회의 성차별이 또다시 죽음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고 강남역에 모였다. 강남역은 추모의 마음을 담은 포스트잇과 국화꽃으로 가득 찼고, 자신이 겪은 폭력과 우리 사회의 성차별에 대한 문제제기가 강남역을 가득 메웠다. 매일 여성폭력이 일어나는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안타까움으로 지나쳤을 사건은 수많은 이들의 추모행동으로 우리의 가슴속에 잊혀지지 않는 사건으로 새겨지게 되었다.10년이 지난 2026년 우리는 다시 강남역 거리에 섰다.
지난 10년 동안 강남역만이 아니라, 신당역, 인하대, 진주, 부산, 남양주, 광주 같이 여성폭력과 죽음으로 기억되는 장소는 늘어났고, 불법 촬영, 스토킹, 교제폭력, N번방, 딥페이크 성범죄 같이 새로운 여성폭력도 늘어났다. 2025년 언론에 보도된 것만으로도, 한해 137명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생일을 챙기지 않아서, 잠꼬대를 해서, 몸이 아파서 살해당하고,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해 일어난 여성과 주변인 살해 피해자가 94명에 이르고 있다. 사회구조적 성차별이 여성혐오와 폭력으로 벌어지고 끝내는 죽음으로 이어지는 여성폭력과 젠더폭력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엄에 맞선 광장에서 빛의 혁명을 이끈 주역이라고 칭송받던 여성들이 폭력을 당하고 죽음을 당할 때는 외면 받아왔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눈바람을 맞으며 광장에 나섰던 여성들이 ‘우리도 죽지 않고 맞지 않고 성폭력을 겪지 않고 그저 살고 싶다’고 외치는 목소리는 누구도 지켜주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강남역에서 ‘여자라서 죽는 사회’와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각성하게 된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들은 ‘서로의 지키는 용기’를 모으는 결집을 통해 함께 행동하며 세상을 바꾸어왔다. 아직도 정치도 사회도 여성폭력을 부정하고 나중에로 미루고 있지만,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다시 강남역에 모인 이유이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지켜야 할 자매들이 있고, 용납할 수 없기에 바꿀 수밖에 없는 사회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남양주에서는 6차례 넘게 신고한 피해자가 교제폭력으로 죽음을 당했다. 대구에서는 가정폭력을 당하는 딸을 지키려던 한 어머니가 살해당했다. 광주에서는 밤길을 걷던 여학생이 죽음을 당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직장에서, 집에서, 거리에서 폭력을 겪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이러한 사건들은 여성폭력 · 젠더폭력이 개인이 알아서 조심하는 것으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치안 1위라는 대한민국에서 모든 시민이 누려야 하는 기본권인 안전이 성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10년 전 강남역을 잊지 않고 정부와 정치가 응답했다면 막을 수 있는 죽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10년 동안 매년 5월 17일이면 강남역에 모여 추모행동을 이어왔고, 10주기가 되는 올해에도 추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젠더폭력해결 페미니스트연대>와 126개의 공동주최 단체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를 맞이해 전국을 순회하며 여성폭력 다이인을 진행해왔다. 강원, 경기, 대구, 서울, 전남 목포, 제주에서 거리에 누워 폭력을 당하고 죽음을 당한 여성들을 기억하고 더 이상 여성폭력·젠더폭력을 용납하지 않고 해결하겠다는 다짐을 모아왔다.
이러한 마음을 모아 오늘부터 일주일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주간을 선포한다.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10년 전의 약속을 기억하며, 5월 17일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까지 함께할 것이다.
2026년 5월 11일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