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수 신 : 각 언론사 사회부, 노동부, 여성부 등 담당 기자 제 목 : '"돌봄의 공공성 강화하고, 제대로 된 이주 가사돌봄 노동정책 수립하라” 이주가사돌봄노동자 정책 관련 이주·노동·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사후보도자료 문 의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02-737-5763) 시행일 : 2025년 2월 27일(목) |
“돌봄의 공공성 강화하고, 제대로 된 이주 가사돌봄 노동정책 수립하라”
이주가사돌봄노동자 정책 관련
이주·노동·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 일시 : 2025년 2월 27일(목) 11:00
○ 장소 : 서울시청 앞(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0)
○ 주최 :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 프로그램
[사 회]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김희지
[발언1]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
[발언2]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
[발언3] 이주민센터 친구 송은정 센터장
[발언4]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
[발언5]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수정 공동대표
[발언6] 가사•돌봄유니온 임미영 지회장
[발언7] 카사마코(필리핀이주노동자단체연합) 활동가 줄리엣 에가
[기자회견문 낭독]
[발언1]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
시범사업을 철저히 평가하고 제대로 된 가사돌봄노동 정책을 수립하라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종료하고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취업활동 기간을 연장하였습니다. 당초 정부는 이달 말까지 시범사업을 종료하고 본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전국 단위 확대 계획은 저조한 지자체들의 신청으로 무산되었습니다. 이후 사업은 민간업체에 전적으로 맡긴다고 합니다. 지금껏 서울시에서 부담하던 운영비, 관리비 등을 업체에서 부담하고 퇴직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주40시간 기준으로 이용요금이 49만 7640원이 오른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월 300만원 받는 ‘강남 이모님’이 탄생했다고 일제히 기사를 써 날랐습니다. 하지만 이 300만원을 노동자가 모두 가져가는 것이 아닙니다. 업체의 이윤, 관리운영비, 퇴직금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입니다. 서울시는 그간 사업을 담당했던 민간업체가 이윤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고 발표하였지만 이후 얼마의 이윤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협의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주당 노동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도 살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시간제로 일하는 가사관리사의 특성상 주40시간 노동을 채우기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한편 서울시는 요금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서울형 가사서비스’ 연계를 한다는 방침을 함께 발표하였습니다. 년 70만원의 가사서비스 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는 본 제도는 지난해까지는 4시간 고정이었으나 올해부터 3시간 서비스가 도입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가사관리사들의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이동시간이 증가함은 물론, 노동강도가 더 높아질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지금도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장시간 이동의 피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시범사업 관련 발표는 부실투성이입니다. 시범사업은 정확한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이후 어떤 방향으로 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제시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평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철저히 공급 중심의 저임금 이주 돌봄 노동자 수급에 맞추어진 저열한 정책인 탓입니다. 서울시와 정부는 시범사업 기간 내내 더 낮은 임금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발언만을 반복하였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와 정부가 지금 해야할 일은 취업활동기간 연장 의사를 밝힌 94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노동안정과 노동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1대1 노동만이 가능한 가사돌봄노동의 특성상 업체의 이윤이 증가할수록 노동자의 임금은 줄어드는 구조로 설계됩니다. 남은 기간 동안 업체가 가져가는 이윤 비율의 적정성을 관리감독하고 안정적 고용과 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현재 단 두 개의 업체만이 본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사업장 변경의 한계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이용자 가구의 75%가 부부 합산 소득 9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이었습니다.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민간 운영을 중단하고 취약계층의 접근성 확대로 공공성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입니다. 현재 외부와의 접촉을 막고 있는 노동자 통제 역시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시범사업은 정확한 근거와 관점에 따라 평가되어야 합니다. 애초에 본 사업은 저출산 해소가 목적이라 했지만 이용자들 대부분은 저출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가사돌봄노동을 저임금의 이주 노동자에게 떠맡기려다 실패한 정책임을 정부 스스로가 시인해야할 것입니다. 현장 단체와 함께 냉정한 평가를 통해 중장기적 가사돌봄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가사돌봄노동자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데 부족한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분석하고 이에 따라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누구에 의한 돌봄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다방면의 해결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또한 돌봄의 국가 책임관점이 본 사업 평가에 반드시 개입되어야 합니다. 기존의 가사돌봄노동 저평가 문제의 해결 방안도 함께 고민해 보아야할 것입니다.
한국 사회가 돌봄중심 사회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사돌봄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공급 부족 해소와 질 높은 서비스를 담보할 수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가사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 보장을 위한 다방면의 정책을 장기적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ILO189호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 비준과 근로기준법 11조의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 조항 삭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모든 시민이 질 좋은 돌봄을 받을 권리와 돌봄을 할 권리를 모두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다시 한번 요구합니다. 감사합니다.
[발언2]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
안녕하십니까. 저는 공공돌봄기관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의 해고 돌봄노동자로서,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의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도입 정책이 돌봄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을 강력히 규탄하고자 합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공공돌봄을 유지하던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폐원시키고, 수백 명의 돌봄노동자를 집단 해고했습니다. 그런데 공공돌봄 노동자들을 길거리에 내보낸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돌봄노동력 부족을 이유로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를 도입하겠다고 합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이는 돌봄 공백을 초래한 서울시의 정책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서사원이 유지·확대되었다면 돌봄 노동력 부족은 발생없이 지속가능했을 것입니다. 서사원은 공공이 직접 고용한 정규직 돌봄노동자들이 고용 안정과 월급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팀제를 운영하며, 코로나시기 긴급돌봄을 비롯해 고난도, 원거리, 단회기, 단시간 돌봄 등을 수행하는 등 민간이 기피하는 필수 돌봄을 제공해 온 기관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는 공공돌봄을 수익성과 효율성 운운하며 돌봄노동자들을 ‘고비용, 저효율’이라고 낙인찍고, 예산을 대폭 삭감한 후 폐원시켰습니다. 그 결과 돌봄 공백이 발생했으며, 이제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지 않은 채 저임금 노동력을 투입하겠다고 합니다. 공공이 책임지던 돌봄을 민간 시장에 넘기고, 이제는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를 저임금으로 착취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에 불과합니다.
공공돌봄체계 없이 추진되는 이주 가사돌봄 노동자 도입 정책은 돌봄노동의 공공성을 강화가 아니라,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해 민간 돌봄 시장을 더욱 확대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미 이주 가사노동자 시범사업에서 업무범위 모호, 통행금지, 저임금, 임금체불, 비인간적인 주거환경 등의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이러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돌봄을 ‘최소 비용’으로 유지하려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를 확대해서 추진한다는 것은 실패를 또 다른 실패로 덮으려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의 돌봄노동자들은 민간 시장에서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과 불안정한 계약 형태가 만연한 상황이며, 이로 인해 돌봄노동자들은 지속적인 이직, 이탈과 과중한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돌봄은 제공인력이 핵심입니다. 서사원과 같이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양질의 공공돌봄인프라가 절실한 실정인데 정부와 서울시는 서사원 확대는커녕 해체하면서도 보여주기식 ‘돌봄 서비스 확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적 돌봄 없이 ‘돌봄 확대’란, 결국 민간 사업자들에게 돌봄을 상품으로 이윤 창출의 도구로 만드는 것뿐입니다. 돌봄을 공공의 책임으로 유지하지 않고, 노동자를 저임금 경쟁으로 내몰아 시장화하는 것이 정부와 서울시가 말하는 돌봄 확대입니까? 실제 현장에서 직접 서비스를 해야하는 가사돌봄노동자들은 민간중심의 복지시설, 서비스 제공업체 등을 통해서만 이뤄져 공공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공공돌봄을 해산하고, 이제는 이주 가사돌봄노동자까지 저임금으로 전가하려는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주 가사돌봄노동자가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돌봄노동자로서 제대로 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라도 공적 돌봄 체계 내에서 이들을 포함하는 방안이 먼저 마련되어야 합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책은 민간 중심의 고용 형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주 노동자들은 노동권 관리·감독조차 받지 못한 채 최저임금 이하의 노동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를 민간 시장에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서사원과 같은 공공 돌봄 체계 내에서 안정적으로 고용하고, 노동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래서 기존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노동시간과 돌봄노동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돌봄노동자는 단순한 노동력이 아닙니다. 돌봄은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필수적인 노동이며, 시장 논리로만 해결할 수 없는 공공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은 돌봄을 최저가 경쟁으로 전락시키며, 돌봄노동자 간의 갈라치기를 조장하여 노동권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오세훈 서울시는 시민이 요구하는 공공돌봄 서사원 해산에 대한 시민공청회 개최여부 회신조차 미루고 있습니다. 돌봄은 공공의 책임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흐름을 결코 방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발언3] 이주민센터 친구 송은정 센터장
이주가사돌봄노동자 도입과 공공돌봄 정책은 동전의 양면이 아니다.
이번 이주가사돌봄 노동자 이슈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그동안 정부가 이주노동자 업종을 확대할 때마다 나타났던 문제들과 일맥상통합니다.
정부는 조선업 인력 부족을 해소하겠다며 조선업 이주노동자를 확대했습니다. 인력 부족이 발생하는 원인이 조선업의 저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 위험한 작업환경 때문인데, 이런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두고 조선업 회사들의 요구에 따라 단기적인 이주노동자만 확대한 것입니다.
가사돌봄 노동 분야에서 인력이 부족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임금, 사용자 책임의 불분명함, 불안정한 노동시간, 노동재해 위험 등에 덧붙여 노동 자체에 대한 폄하까지. 그동안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난 일자리들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조선업 이주노동자 정책이 조선업 재벌들의 배불리기를 도와준다면,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이주가사노동자들이 일한 가정의 73%는 부부 합산소득이 천만 원이 가까이 됐고, 이 중 23%는 180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번 이주가사돌봄노동자 정책에서 다른 업종의 이주노동자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다른 업종은 저출생으로 인해 인력이 부족해 이주노동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는데, 이번엔 어이없게도 이주가사돌봄노동자 도입이 저출생 대책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상황과 요구가 있을 때마다 단편적이고 분산적으로 이주정책을 수립하다 보니 정책간 충돌이 일어나면서 이주민의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는 ‘요구’가 없었음에도 주먹구구식으로 도입하다 보니, 체류자격에 대한 고민 없이 기존 E9 비자로 노동자들이 들어왔습니다. E9 비자는 가족동반이나 정주기회 확대가 불가능한 비자로, 한국의 저출생 대책으로 도입했다는 이주노동자들의 가족결합권에 대해서는 고민의 흔적조차 없습니다.
고용허가제의 가장 큰 폐해는 사업장 변경 변경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유 제한, 기간 제한, 횟수 제한, 권역 제한이라는 4중의 제한을 받고 있는데, 이주가사돌봄노동자는 여러 가정집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지만 이는 사업장으로 보지 않는 예외일까요? 이런 가사노동의 특성과 체류자격의 조건 등이 노동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주노동자가 도입된 다른 업종과 다른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대부분 업종에서 기존 노동자들과 갈등이 심각하게 불거졌던 반면, 오늘 기자회견에서 보듯이 기존 가사돌봄노동자들이 조직돼 있는 단체들과 이주인권단체들이 함께 연대체를 구성해 이주가사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손쉽게 열악한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로 대체하려고 할 때,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함께 싸우지 않는다면 그 업종의 전체 ‘노동 환경’은 점점 더 심각하게 나빠진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목도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공공돌봄 정책을 요구한다고 해서 이주가사돌봄노동자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공공돌봄 정책과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번 시범사업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 이주가사돌봄노동자는 존재해 왔습니다. 비가시화된 중국동포 간병인이나 필리핀 베이비시터 등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외국인 유학생에게 E7 비자를 발급하겠다고 하는 등 점점 이주 가사돌봄 노동자를 확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공공돌봄 정책은 국가가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넘어서서 일하는 사람이 돌봄노동에 책임질 수 있는 노동환경을 제공하는 것까지 포함될 것입니다. 공공돌봄 정책을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이주가사돌봄노동자도 소외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저평가된 가사돌봄 노동의 가치를 재정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주가사돌봄노동자와 함께 할 것입니다.
추후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는 한국 사회가 진정으로 이주가사돌봄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하게 된다면, 사회보장이나 정주 기회 확대뿐만 아니라 시민권까지 가질 수 있는 이주가사돌봄노동자를 상상해 본다.
[발언4]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
돌봄은 인간이 태어나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존엄성을 지속하고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이를 반영하여 지난해 유엔총회에서는 성평등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이정표로 10/29일을 국제 돌봄 및 지원의날로 선포하고 돌봄노동의 가치 인정, 돌봄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의 돌봄 현실은 어떠합니까? 돌봄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공적 돌봄 기관인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해산,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등 돌봄의 가치하락과 공공성을 파괴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필수서비스를 담당하며 누구보다 노동의 가치를 존중받고 처우가 보장되어야 할 돌봄 노동자들이 불안한 고용환경과 저임금 그리고 법적 사각지대에서 무권리 상태로 허덕이고 있습니다.
특히, 가사돌봄 이주노동자들은 시범사업 7개월 동안 임금체불을 비롯해 생활고로 인한 이탈, 숙소 통금시간 제한, 돌봄과 그에 수반된 가사 노동 수행의 불명확한 업무 범위, 높은 숙소비, 장거리 이동 등 인권침해에 대한 호소를 계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외면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와 부실운영에 대한 개선 방안과 대책은 세우지 않고 단순히 고용만 연장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민주노총과 필리핀 4개 노총은 정부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대해 처음부터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보호와 처우 보장이 결여되어 있음을 제기하며 주거시설 점검, 인권보호대책 마련, 노동자 권리점검위원회 설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요구하였지만, 윤석열 정권은 이를 묵살하였고 급기야 시범사업 연장 과정에서도 부실운영에 대한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노동시민사회의 의견을 철저히 배제하는 행태로 일관하였습니다.
정부는 2018년 유엔 총회에서 승인된 ‘이주에 관한 글로벌 컴팩트’ 2022년 1차 이행 평가회의 당시 ‘이주 정책에서 이해당사자 참여 확대’를 공약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지난 2년 동안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국제노총은 지난 2월초,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이주에 관한 글로벌 협약’ 2차 이행 평가 회의에서, 한국정부에게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 제도 설계와 이행에 참여하도록 보장할 것’, ‘필리핀 돌봄노동자 시범사업에 대한 권리보장 실태 점검위원회를 시급하게 설치할 것’ 등을 요구하였습니다.
이는 이주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해 한국의 노동시민사회를 넘어 국제 노동계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더이상 권리없는 이주노동 정책, 필요할 때 불러 쓰고, 싼값으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겠다는 천박한 인식을 버리고, 국제 사회에 밝힌대로, 이주 정책 수립과 이행에서 이해당사자 참여를 조속히 보장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은 이주가사돌봄노동자의 권리보장 실태 점검위원회 구성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요구하며, 이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싸워나갈 것임을 밝힙니다.
[발언5]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수정 공동대표
안녕하십니까.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수정 공동대표입니다.
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언론보도의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보도를 보면 주로 강조되는 점이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높은 임금’입니다. “필리핀 이모님, 강남 이모님”이란 표현이 들어간 기사를 보셨습니까?. 이 보도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이 받는 임금이 ‘고비용’이라고 부각합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돌봄 노동을 경제적 부담으로 부각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인데 비용이 비싸서 사용이 어렵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러다 보니까 ‘비용’으로 그들을 보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제공하는 사회적 기여와 그들이 겪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간과하게 만듭니다.
또한 최근 언론보도 기사는 ‘이모님’과 같은 표현을 써서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의 처우에 대한 논의나, 그들이 직면한 법적·사회적 어려움에 대한 문제를 흐리고, 그들의 노동강도나 불안정한 노동조건과 같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가족과 같은 분들이라는 식으로 정서적 혹은 감정적 개입을 조장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를 회피하게 하고 더 나아가 문제 해결에 혼란을 조장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특정 지역 출신 이주가사돌봄노동자에 대한 편향을 조장하고 지역이나 국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해 언론은 고용주, 즉 사용자인 강남 3구의 고학력 고소득 맞벌이 가구의 목소리를 흔히 인용하거나 서울시 및 정부의 인터뷰를 주로 싣습니다. 주요 정보원을 보면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인용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피고용자인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사회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 돌봄과 가사노동의 가치나 의미를 떠나 사용자와 피고용인이라는 고용관계에서 고용인의 입장을 내세워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이슈를 협소하게 바라보게 만들게 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초기 언론보도의 문제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영어를 쓴다는 점을 부각하고, 2, 30대로 나이가 어리다는 식의 묘사나 언급을 통해 다른 가사관리사보다 우월한 것으로 묘사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돌봄 노동자로서의 전문성과 자격을 갖춘 노동자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 불필요한 언급인데다, 돌봄이라는 노동이 사회 필수 노동이고 이를 위한 이주 인력이라는 관점이 필요함에도 전문성과 자격은 상대적으로 축소해서 보도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비용으로 쓸 수 있는 혹은 이동의 자유 등을 강제할 수 있는 지배 가능한 대상으로 그들을 비추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론은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노동이 필수적이라면, 그들의 노동은 가사와 돌봄을 필요로 하는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보도해야 합니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들이 처한 상황과 의견을 잘 전달해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들이 노동하는 환경을 개선하고,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며, 언론보도는 이러한 논의의 촉진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의 돌봄 공공성과 형평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사회 여론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보도가 필요합니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와 관련한 갈등의 쟁점이 무엇인지,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정책 도입의 목적이었던 저출생 문제와 아동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사회적 숙고가 이루어지도록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에 언론이 제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발언6]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임미영 지회장
사회의 중추, 가사·돌봄노동자,
외국인력 도입이 아니라 처우 개선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저는 6년째 가사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임미영이라고 합니다.
임금근로자 2천 만명 중 돌봄노동자는 100만이 넘습니다. 돌봄노동자가 속한 보건 및 사회복지업의 임금근로자 수는 제조업에 이어 2위를 차지합니다. 늘어나는 일자리는 대부분 돌봄 일자리입니다. 돌봄은 지금 종사자가 가장 빨리 늘어나는 분야이자 제조업과 함께 인력 부족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왜 일하는 사람은 계속 늘어나는데 그래도 일손은 계속 부족하다고 할까요?
당연히 처우입니다. 요양보호사, 가사관리사, 아이돌봄선생님, 장애인활동지원사. 직업명은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최저임금 노동자’입니다.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승진도 없고 수당도 없고 오로지 최저임금뿐입니다. 아무리 전문성을 쌓아도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휴게시간도 식사시간도 보장되지 않고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동시 식사 장소도 마땅치 않아 많은 돌봄노동자들이 점심을 거르기도 합니다. 고객이 갑자기 취소나 일정 변경을 하게 되면 우리는 급여를 못 받지만 그에 따른 피해를 보상받지 못합니다. 고객이 업무 이외의 일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 여름에 에어컨을 못 틀게 하는 경우, 겨울에 온수 사용을 못 하게 하여 찬물을 사용하여 일해야 하는 경우, 자신들의 부주의로 돈이나 귀중품 분실 시 먼저 의심받는 경우 등 우리들이 겪는 불합리한 일은 아직도 너무나 많습니다.
특히 그나마 고용산재보험과 퇴직금, 연차수당 등이 보장되는 공공부문의 돌봄노동자들과 달리 플랫폼업체에서 일하는 민간부문의 노동자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사회보험과 퇴직금, 수당이 없다는 것은 더이상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나아가 정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고객의 별점만으로 우리를 평가하여 일감을 배정하지 않는 일이 벌어집니다. 기업은 사고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지난해에도 재활용장에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미끄러져 골절을 당했는데, 또 빨래건조대가 넘어지는 바람에 크게 부상을 당했는데도 기업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고 치료에 따른 비용은 모두 개인이 져야 했습니다.
정부는 특히 이러한 민간부문 돌봄노동자들에 대해 뒷짐 지고 있습니다. 라이더, 대리기사, 보험설계사 등 많은 플랫폼 노동자, 특고노동자들이 고용산재뿐 아니라 ‘노무제공자’라고 하여 산업안전의 지원도 받고 있지만, 민간부문의 가사·돌봄노동자들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처우가 많은 돌봄노동자들이 수시로 일자리를 떠나고 또 많은 사람들이 돌봄 일자리 취업을 주저하게 만드는 핵심 이유입니다. 그런데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 없이 단순히 노동인력이 점차 부족해진다는 이유로 외국인 인력을 수급하겠다는 현 정책 방향은 저임금 돌봄노동의 조건을 이주노동자에게 지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런 정책은 돌봄의 일자리 질 개선과 노동공급 등 어떠한 측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정부는 가사돌봄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최소 근무시간 보장과 월급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한 달에 수입이 얼마나 될지 알아야 마음 놓고 생활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습니까. 민간부문의 노동자들에게 다른 플랫폼, 특고 노동자들과 동등하게 사회보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지금 돌봄분야의 국가자격증은 요양보호사밖에 없습니다. 돌봄부문 전체에 적용되는 국가자격증을 도입하고 경력인증제를 실시해 전문직으로서 우리를 인정해야 합니다. 필요한 국민 누구나 소득에 상관없이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공공일자리를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이렇게 돌봄노동을 사회적으로 공식화하고 돌봄노동의 가치와 전문 직업인임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사회에 필요한 돌봄을 잘 공급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우리는 지난 한 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불안하고 초조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몇몇 외국의 사례처럼 차등 임금으로 인해 나의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지금도 노동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은 데 임금이 더 낮아져서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노동 가치가 폄하되거나 노동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던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는 돌봄노동자들이 이런 쓸데없는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서는 안됩니다.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퇴근하는 직장. 열심히 일한 만큼 소득도 늘어나고 보람도 느끼는 직장. 이런 일자리를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닙니까?
비정상을 정상이라고 우겨대지 말고 더 늦기 전에 모든 돌봄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여기 모인 우리는 힘을 합쳐 돌봄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해 매진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발언7] 카사마코(필리핀이주노동자단체연합) 활동가 줄리엣 에가 (Juliet Egar)
필리핀노동자연합 카사마코(KASAMMA-KO)는 오늘 여러분 모두와 연대하여 정부에 모든 이주노동자, 특히 여성노동자의 권리와 복지를 동등하게 보호할 것을 요구합니다. 시범사업 종료 즈음에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이들은 고용이 1년 더 연장되고 일부는 현재의 숙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지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가사관리사를 가장한 또 다른 형태의 현대판 노예나 인신매매라고 할 수 있으며, 최악은 서울시가 가사관리사 제도를 운영할 책임을 민간업체에 떠넘기겠다는 것입니다.
첫째, 간병인은 E-9 비자 또는 비전문 취업 비자를 소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노동부의 직접 고용되어야 합니다. 다른 민간 회사가 아닌 노동부가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합니다.
둘째, 돌봄노동자를 인간으로서 대우하고 휴식과 휴가를 보장하며, 한국의 사회문화적 환경에 적응하고 필리핀 지역사회 및 단체와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해야 합니다.
셋째, 간병인은 노예나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서 대우받아야 하며, 건강과 보험은 고용주가 책임져야 합니다.
며칠 후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게 됩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곳곳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억압과 침묵, 고립을 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2등 시민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생산성이 높지만 남성 동료에 비해 급여가 낮고 무방비 상태로 신체적, 언어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성에 대한 폭력, 저임금, 인신매매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지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우리는 서울시와 국회의원들이 간병인이나 가사노동자, 모든 여성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법과 정책을 만들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노동력 수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필리핀의 모든 일리피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을 요구합니다.
[기자회견문]
돌봄의 공공정책 강화하고, 이주 가사돌봄 노동정책 수립하라
-정부와 서울시의 “외국인 돌봄 인력” 수급 계획에 부쳐-
지난 2월 14일,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시범사업) 종료 이후 이주가사돌봄노동자(이하 이주노동자)의 취업활동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와 사업주는 다양한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위험한 환경에서, 싸게 일해도 괜찮다.”라는 인식을 고착화해왔다. 이들은 ‘다문화 사회’를 운운하지만,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조차 막고 있는 현대판 노예제인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기는커녕 더욱 확대하고 있다. “내국인 돌봄 인력이 감소하고 임금이 높다.”라는 명분으로 도입된 이번 시범사업 역시, 성별화되고 저평가된 가사 및 돌봄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지워버린 채, 정주민 여성 노동자에게 가하던 착취의 굴레를 이주여성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행태일 뿐이었다.
돌봄이 ‘인력난’에 놓였다고 하지만, 정부와 자본은 돌봄노동을 기피하는 이유인 민간기관의 난립, 시급제에 기반한 단시간 노동과 저임금의 굴레, ‘돌봄은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 편견은 건드리지 않는다. 오히려 2인1조와 월급제, 유급병가, 긴급돌봄 등으로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던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폐지하는 등 ‘공적 돌봄’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
시범사업 그 자체에 관한 문제와 더불어, 진행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첫 달부터 민간업체에 의한 임금체불이 발생하여 이주노동자들은 생활고를 겪어야 했고, 통금시간을 지정하여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통제하기도 했다. 한 달 40~50여만 원에 달하는 숙소비 역시 개인이 부담해야 했다.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에서 공공성은 탈각되면 안 된다. 하지만 이번 시범사업과 관련,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이나 주거권 등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그것과 정면으로 반대된다. 정부는 25년 3월부터 이주노동자들에게 “자율적으로” 숙소를 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숙소비 지원 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부재함은 물론이다. 민간기관이 고용하는 상태라는 명분이, 숙소비를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의 비용부담을 공적으로 담보할 방안에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비용부담을 운운하며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 제외 해야 한다고 강력히 이야기하던 정부와 서울시, 언론 등의 태도를 기억한다. 그들은 현재 ‘비용’이 너무 비싸다며, 시범사업의 확장성을 방해하는 이유로 ‘높은 가격’을 지목하고 있다. 주류 언론들 역시 비용, 상품으로써 돌봄을 인식하게 하는 데에 한몫하고 있다. ‘임금’이 아닌 ‘이용가격’이라 표현하는 기사들, ‘2명의 무단이탈’, 추방’ 등의 표현들이 헤드라인에 걸린 기사들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이들 기사는 이주노동자들을 노동하는 인간존재가 아니라 노동력을 상품으로 구매하는 감각을 확산하고 있다.
노동자의 몸과 마음은 기계가 아니며, 돌봄은 상품이 아니다. 이윤과 비용의 논리로 사람의 값을 매길 수 없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이주가사돌봄연대)는 그동안 시범사업으로 한국에 입국한 노동자들과 접촉하고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정부와 업체의 강력한 노동통제로 인해 뚜렷한 성과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돌봄의 부담을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정부의 시도가 멈추지 않는 지금, 이주가사돌봄연대는 계속해서 현장 노동자와의 접촉 시도, 집담회 개최 등의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이를 통해 돌봄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으로 나아갈 것이다.
- 정부는 돌봄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 제대로 된 중장기적 돌봄 정책을 지금 당장 수립하라!
- 정부는 돌봄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마라!
-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 지급 논의를 중단하라!
- 정부와 업체는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가로막는 노동자 통제를 당장 중단하라!
-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안전한 체류권을 보장하고, 인권침해 방지 및 권리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라!
- 정부는 안정적이고 좋은 돌봄이 가능하도록 모든 돌봄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라!
2025년 2월 27일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단체) 노동건강연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경주여성노동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노동당 여성위원회(준), 다른몸들, 대구여성노동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협의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부산여성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사)광주여성노동자회, 사)서울여성노동자회, 사)안산여성노동자회, 생명안전 시민넷, 수원여성노동자회,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동행, 인천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여성노동자회, (개인) 이미애 연구자
(이상 31개 단체 및 1명 개인)
보도자료
수 신 : 각 언론사 사회부, 노동부, 여성부 등 담당 기자
제 목 : '"돌봄의 공공성 강화하고, 제대로 된 이주 가사돌봄 노동정책 수립하라” 이주가사돌봄노동자 정책 관련 이주·노동·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사후보도자료
문 의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02-737-5763)
시행일 : 2025년 2월 27일(목)
“돌봄의 공공성 강화하고, 제대로 된 이주 가사돌봄 노동정책 수립하라”
이주가사돌봄노동자 정책 관련
이주·노동·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 일시 : 2025년 2월 27일(목) 11:00
○ 장소 : 서울시청 앞(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0)
○ 주최 :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 프로그램
[사 회]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김희지
[발언1]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
[발언2]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
[발언3] 이주민센터 친구 송은정 센터장
[발언4]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
[발언5]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수정 공동대표
[발언6] 가사•돌봄유니온 임미영 지회장
[발언7] 카사마코(필리핀이주노동자단체연합) 활동가 줄리엣 에가
[기자회견문 낭독]
[발언1]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
시범사업을 철저히 평가하고 제대로 된 가사돌봄노동 정책을 수립하라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종료하고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취업활동 기간을 연장하였습니다. 당초 정부는 이달 말까지 시범사업을 종료하고 본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전국 단위 확대 계획은 저조한 지자체들의 신청으로 무산되었습니다. 이후 사업은 민간업체에 전적으로 맡긴다고 합니다. 지금껏 서울시에서 부담하던 운영비, 관리비 등을 업체에서 부담하고 퇴직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주40시간 기준으로 이용요금이 49만 7640원이 오른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월 300만원 받는 ‘강남 이모님’이 탄생했다고 일제히 기사를 써 날랐습니다. 하지만 이 300만원을 노동자가 모두 가져가는 것이 아닙니다. 업체의 이윤, 관리운영비, 퇴직금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입니다. 서울시는 그간 사업을 담당했던 민간업체가 이윤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고 발표하였지만 이후 얼마의 이윤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협의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주당 노동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도 살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시간제로 일하는 가사관리사의 특성상 주40시간 노동을 채우기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한편 서울시는 요금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서울형 가사서비스’ 연계를 한다는 방침을 함께 발표하였습니다. 년 70만원의 가사서비스 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는 본 제도는 지난해까지는 4시간 고정이었으나 올해부터 3시간 서비스가 도입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가사관리사들의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이동시간이 증가함은 물론, 노동강도가 더 높아질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지금도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장시간 이동의 피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시범사업 관련 발표는 부실투성이입니다. 시범사업은 정확한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이후 어떤 방향으로 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제시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평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철저히 공급 중심의 저임금 이주 돌봄 노동자 수급에 맞추어진 저열한 정책인 탓입니다. 서울시와 정부는 시범사업 기간 내내 더 낮은 임금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발언만을 반복하였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와 정부가 지금 해야할 일은 취업활동기간 연장 의사를 밝힌 94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노동안정과 노동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1대1 노동만이 가능한 가사돌봄노동의 특성상 업체의 이윤이 증가할수록 노동자의 임금은 줄어드는 구조로 설계됩니다. 남은 기간 동안 업체가 가져가는 이윤 비율의 적정성을 관리감독하고 안정적 고용과 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현재 단 두 개의 업체만이 본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사업장 변경의 한계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이용자 가구의 75%가 부부 합산 소득 9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이었습니다.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민간 운영을 중단하고 취약계층의 접근성 확대로 공공성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입니다. 현재 외부와의 접촉을 막고 있는 노동자 통제 역시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시범사업은 정확한 근거와 관점에 따라 평가되어야 합니다. 애초에 본 사업은 저출산 해소가 목적이라 했지만 이용자들 대부분은 저출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가사돌봄노동을 저임금의 이주 노동자에게 떠맡기려다 실패한 정책임을 정부 스스로가 시인해야할 것입니다. 현장 단체와 함께 냉정한 평가를 통해 중장기적 가사돌봄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가사돌봄노동자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데 부족한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분석하고 이에 따라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누구에 의한 돌봄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다방면의 해결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또한 돌봄의 국가 책임관점이 본 사업 평가에 반드시 개입되어야 합니다. 기존의 가사돌봄노동 저평가 문제의 해결 방안도 함께 고민해 보아야할 것입니다.
한국 사회가 돌봄중심 사회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사돌봄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공급 부족 해소와 질 높은 서비스를 담보할 수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가사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 보장을 위한 다방면의 정책을 장기적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ILO189호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 비준과 근로기준법 11조의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 조항 삭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모든 시민이 질 좋은 돌봄을 받을 권리와 돌봄을 할 권리를 모두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다시 한번 요구합니다. 감사합니다.
[발언2]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
안녕하십니까. 저는 공공돌봄기관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의 해고 돌봄노동자로서,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의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도입 정책이 돌봄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을 강력히 규탄하고자 합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공공돌봄을 유지하던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폐원시키고, 수백 명의 돌봄노동자를 집단 해고했습니다. 그런데 공공돌봄 노동자들을 길거리에 내보낸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돌봄노동력 부족을 이유로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를 도입하겠다고 합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이는 돌봄 공백을 초래한 서울시의 정책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서사원이 유지·확대되었다면 돌봄 노동력 부족은 발생없이 지속가능했을 것입니다. 서사원은 공공이 직접 고용한 정규직 돌봄노동자들이 고용 안정과 월급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팀제를 운영하며, 코로나시기 긴급돌봄을 비롯해 고난도, 원거리, 단회기, 단시간 돌봄 등을 수행하는 등 민간이 기피하는 필수 돌봄을 제공해 온 기관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는 공공돌봄을 수익성과 효율성 운운하며 돌봄노동자들을 ‘고비용, 저효율’이라고 낙인찍고, 예산을 대폭 삭감한 후 폐원시켰습니다. 그 결과 돌봄 공백이 발생했으며, 이제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지 않은 채 저임금 노동력을 투입하겠다고 합니다. 공공이 책임지던 돌봄을 민간 시장에 넘기고, 이제는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를 저임금으로 착취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에 불과합니다.
공공돌봄체계 없이 추진되는 이주 가사돌봄 노동자 도입 정책은 돌봄노동의 공공성을 강화가 아니라,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해 민간 돌봄 시장을 더욱 확대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미 이주 가사노동자 시범사업에서 업무범위 모호, 통행금지, 저임금, 임금체불, 비인간적인 주거환경 등의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이러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돌봄을 ‘최소 비용’으로 유지하려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를 확대해서 추진한다는 것은 실패를 또 다른 실패로 덮으려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의 돌봄노동자들은 민간 시장에서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과 불안정한 계약 형태가 만연한 상황이며, 이로 인해 돌봄노동자들은 지속적인 이직, 이탈과 과중한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돌봄은 제공인력이 핵심입니다. 서사원과 같이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양질의 공공돌봄인프라가 절실한 실정인데 정부와 서울시는 서사원 확대는커녕 해체하면서도 보여주기식 ‘돌봄 서비스 확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적 돌봄 없이 ‘돌봄 확대’란, 결국 민간 사업자들에게 돌봄을 상품으로 이윤 창출의 도구로 만드는 것뿐입니다. 돌봄을 공공의 책임으로 유지하지 않고, 노동자를 저임금 경쟁으로 내몰아 시장화하는 것이 정부와 서울시가 말하는 돌봄 확대입니까? 실제 현장에서 직접 서비스를 해야하는 가사돌봄노동자들은 민간중심의 복지시설, 서비스 제공업체 등을 통해서만 이뤄져 공공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공공돌봄을 해산하고, 이제는 이주 가사돌봄노동자까지 저임금으로 전가하려는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주 가사돌봄노동자가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돌봄노동자로서 제대로 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라도 공적 돌봄 체계 내에서 이들을 포함하는 방안이 먼저 마련되어야 합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책은 민간 중심의 고용 형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주 노동자들은 노동권 관리·감독조차 받지 못한 채 최저임금 이하의 노동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를 민간 시장에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서사원과 같은 공공 돌봄 체계 내에서 안정적으로 고용하고, 노동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래서 기존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노동시간과 돌봄노동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돌봄노동자는 단순한 노동력이 아닙니다. 돌봄은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필수적인 노동이며, 시장 논리로만 해결할 수 없는 공공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은 돌봄을 최저가 경쟁으로 전락시키며, 돌봄노동자 간의 갈라치기를 조장하여 노동권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오세훈 서울시는 시민이 요구하는 공공돌봄 서사원 해산에 대한 시민공청회 개최여부 회신조차 미루고 있습니다. 돌봄은 공공의 책임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흐름을 결코 방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발언3] 이주민센터 친구 송은정 센터장
이주가사돌봄노동자 도입과 공공돌봄 정책은 동전의 양면이 아니다.
이번 이주가사돌봄 노동자 이슈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그동안 정부가 이주노동자 업종을 확대할 때마다 나타났던 문제들과 일맥상통합니다.
정부는 조선업 인력 부족을 해소하겠다며 조선업 이주노동자를 확대했습니다. 인력 부족이 발생하는 원인이 조선업의 저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 위험한 작업환경 때문인데, 이런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두고 조선업 회사들의 요구에 따라 단기적인 이주노동자만 확대한 것입니다.
가사돌봄 노동 분야에서 인력이 부족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임금, 사용자 책임의 불분명함, 불안정한 노동시간, 노동재해 위험 등에 덧붙여 노동 자체에 대한 폄하까지. 그동안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난 일자리들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조선업 이주노동자 정책이 조선업 재벌들의 배불리기를 도와준다면,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이주가사노동자들이 일한 가정의 73%는 부부 합산소득이 천만 원이 가까이 됐고, 이 중 23%는 180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번 이주가사돌봄노동자 정책에서 다른 업종의 이주노동자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다른 업종은 저출생으로 인해 인력이 부족해 이주노동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는데, 이번엔 어이없게도 이주가사돌봄노동자 도입이 저출생 대책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상황과 요구가 있을 때마다 단편적이고 분산적으로 이주정책을 수립하다 보니 정책간 충돌이 일어나면서 이주민의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는 ‘요구’가 없었음에도 주먹구구식으로 도입하다 보니, 체류자격에 대한 고민 없이 기존 E9 비자로 노동자들이 들어왔습니다. E9 비자는 가족동반이나 정주기회 확대가 불가능한 비자로, 한국의 저출생 대책으로 도입했다는 이주노동자들의 가족결합권에 대해서는 고민의 흔적조차 없습니다.
고용허가제의 가장 큰 폐해는 사업장 변경 변경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유 제한, 기간 제한, 횟수 제한, 권역 제한이라는 4중의 제한을 받고 있는데, 이주가사돌봄노동자는 여러 가정집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지만 이는 사업장으로 보지 않는 예외일까요? 이런 가사노동의 특성과 체류자격의 조건 등이 노동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주노동자가 도입된 다른 업종과 다른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대부분 업종에서 기존 노동자들과 갈등이 심각하게 불거졌던 반면, 오늘 기자회견에서 보듯이 기존 가사돌봄노동자들이 조직돼 있는 단체들과 이주인권단체들이 함께 연대체를 구성해 이주가사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손쉽게 열악한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로 대체하려고 할 때,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함께 싸우지 않는다면 그 업종의 전체 ‘노동 환경’은 점점 더 심각하게 나빠진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목도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공공돌봄 정책을 요구한다고 해서 이주가사돌봄노동자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공공돌봄 정책과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번 시범사업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 이주가사돌봄노동자는 존재해 왔습니다. 비가시화된 중국동포 간병인이나 필리핀 베이비시터 등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외국인 유학생에게 E7 비자를 발급하겠다고 하는 등 점점 이주 가사돌봄 노동자를 확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공공돌봄 정책은 국가가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넘어서서 일하는 사람이 돌봄노동에 책임질 수 있는 노동환경을 제공하는 것까지 포함될 것입니다. 공공돌봄 정책을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이주가사돌봄노동자도 소외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저평가된 가사돌봄 노동의 가치를 재정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주가사돌봄노동자와 함께 할 것입니다.
추후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는 한국 사회가 진정으로 이주가사돌봄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하게 된다면, 사회보장이나 정주 기회 확대뿐만 아니라 시민권까지 가질 수 있는 이주가사돌봄노동자를 상상해 본다.
[발언4]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
돌봄은 인간이 태어나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존엄성을 지속하고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이를 반영하여 지난해 유엔총회에서는 성평등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이정표로 10/29일을 국제 돌봄 및 지원의날로 선포하고 돌봄노동의 가치 인정, 돌봄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의 돌봄 현실은 어떠합니까? 돌봄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공적 돌봄 기관인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해산,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등 돌봄의 가치하락과 공공성을 파괴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필수서비스를 담당하며 누구보다 노동의 가치를 존중받고 처우가 보장되어야 할 돌봄 노동자들이 불안한 고용환경과 저임금 그리고 법적 사각지대에서 무권리 상태로 허덕이고 있습니다.
특히, 가사돌봄 이주노동자들은 시범사업 7개월 동안 임금체불을 비롯해 생활고로 인한 이탈, 숙소 통금시간 제한, 돌봄과 그에 수반된 가사 노동 수행의 불명확한 업무 범위, 높은 숙소비, 장거리 이동 등 인권침해에 대한 호소를 계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외면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와 부실운영에 대한 개선 방안과 대책은 세우지 않고 단순히 고용만 연장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민주노총과 필리핀 4개 노총은 정부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대해 처음부터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보호와 처우 보장이 결여되어 있음을 제기하며 주거시설 점검, 인권보호대책 마련, 노동자 권리점검위원회 설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요구하였지만, 윤석열 정권은 이를 묵살하였고 급기야 시범사업 연장 과정에서도 부실운영에 대한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노동시민사회의 의견을 철저히 배제하는 행태로 일관하였습니다.
정부는 2018년 유엔 총회에서 승인된 ‘이주에 관한 글로벌 컴팩트’ 2022년 1차 이행 평가회의 당시 ‘이주 정책에서 이해당사자 참여 확대’를 공약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지난 2년 동안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국제노총은 지난 2월초,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이주에 관한 글로벌 협약’ 2차 이행 평가 회의에서, 한국정부에게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 제도 설계와 이행에 참여하도록 보장할 것’, ‘필리핀 돌봄노동자 시범사업에 대한 권리보장 실태 점검위원회를 시급하게 설치할 것’ 등을 요구하였습니다.
이는 이주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해 한국의 노동시민사회를 넘어 국제 노동계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더이상 권리없는 이주노동 정책, 필요할 때 불러 쓰고, 싼값으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겠다는 천박한 인식을 버리고, 국제 사회에 밝힌대로, 이주 정책 수립과 이행에서 이해당사자 참여를 조속히 보장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은 이주가사돌봄노동자의 권리보장 실태 점검위원회 구성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요구하며, 이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싸워나갈 것임을 밝힙니다.
[발언5]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수정 공동대표
안녕하십니까.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수정 공동대표입니다.
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언론보도의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보도를 보면 주로 강조되는 점이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높은 임금’입니다. “필리핀 이모님, 강남 이모님”이란 표현이 들어간 기사를 보셨습니까?. 이 보도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이 받는 임금이 ‘고비용’이라고 부각합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돌봄 노동을 경제적 부담으로 부각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인데 비용이 비싸서 사용이 어렵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러다 보니까 ‘비용’으로 그들을 보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제공하는 사회적 기여와 그들이 겪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간과하게 만듭니다.
또한 최근 언론보도 기사는 ‘이모님’과 같은 표현을 써서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의 처우에 대한 논의나, 그들이 직면한 법적·사회적 어려움에 대한 문제를 흐리고, 그들의 노동강도나 불안정한 노동조건과 같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가족과 같은 분들이라는 식으로 정서적 혹은 감정적 개입을 조장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를 회피하게 하고 더 나아가 문제 해결에 혼란을 조장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특정 지역 출신 이주가사돌봄노동자에 대한 편향을 조장하고 지역이나 국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해 언론은 고용주, 즉 사용자인 강남 3구의 고학력 고소득 맞벌이 가구의 목소리를 흔히 인용하거나 서울시 및 정부의 인터뷰를 주로 싣습니다. 주요 정보원을 보면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인용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피고용자인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사회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 돌봄과 가사노동의 가치나 의미를 떠나 사용자와 피고용인이라는 고용관계에서 고용인의 입장을 내세워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이슈를 협소하게 바라보게 만들게 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초기 언론보도의 문제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영어를 쓴다는 점을 부각하고, 2, 30대로 나이가 어리다는 식의 묘사나 언급을 통해 다른 가사관리사보다 우월한 것으로 묘사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돌봄 노동자로서의 전문성과 자격을 갖춘 노동자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 불필요한 언급인데다, 돌봄이라는 노동이 사회 필수 노동이고 이를 위한 이주 인력이라는 관점이 필요함에도 전문성과 자격은 상대적으로 축소해서 보도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비용으로 쓸 수 있는 혹은 이동의 자유 등을 강제할 수 있는 지배 가능한 대상으로 그들을 비추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론은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노동이 필수적이라면, 그들의 노동은 가사와 돌봄을 필요로 하는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보도해야 합니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들이 처한 상황과 의견을 잘 전달해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들이 노동하는 환경을 개선하고,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며, 언론보도는 이러한 논의의 촉진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의 돌봄 공공성과 형평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사회 여론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보도가 필요합니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와 관련한 갈등의 쟁점이 무엇인지,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정책 도입의 목적이었던 저출생 문제와 아동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사회적 숙고가 이루어지도록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에 언론이 제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발언6]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임미영 지회장
사회의 중추, 가사·돌봄노동자,
외국인력 도입이 아니라 처우 개선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저는 6년째 가사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임미영이라고 합니다.
임금근로자 2천 만명 중 돌봄노동자는 100만이 넘습니다. 돌봄노동자가 속한 보건 및 사회복지업의 임금근로자 수는 제조업에 이어 2위를 차지합니다. 늘어나는 일자리는 대부분 돌봄 일자리입니다. 돌봄은 지금 종사자가 가장 빨리 늘어나는 분야이자 제조업과 함께 인력 부족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왜 일하는 사람은 계속 늘어나는데 그래도 일손은 계속 부족하다고 할까요?
당연히 처우입니다. 요양보호사, 가사관리사, 아이돌봄선생님, 장애인활동지원사. 직업명은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최저임금 노동자’입니다.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승진도 없고 수당도 없고 오로지 최저임금뿐입니다. 아무리 전문성을 쌓아도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휴게시간도 식사시간도 보장되지 않고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동시 식사 장소도 마땅치 않아 많은 돌봄노동자들이 점심을 거르기도 합니다. 고객이 갑자기 취소나 일정 변경을 하게 되면 우리는 급여를 못 받지만 그에 따른 피해를 보상받지 못합니다. 고객이 업무 이외의 일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 여름에 에어컨을 못 틀게 하는 경우, 겨울에 온수 사용을 못 하게 하여 찬물을 사용하여 일해야 하는 경우, 자신들의 부주의로 돈이나 귀중품 분실 시 먼저 의심받는 경우 등 우리들이 겪는 불합리한 일은 아직도 너무나 많습니다.
특히 그나마 고용산재보험과 퇴직금, 연차수당 등이 보장되는 공공부문의 돌봄노동자들과 달리 플랫폼업체에서 일하는 민간부문의 노동자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사회보험과 퇴직금, 수당이 없다는 것은 더이상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나아가 정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고객의 별점만으로 우리를 평가하여 일감을 배정하지 않는 일이 벌어집니다. 기업은 사고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지난해에도 재활용장에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미끄러져 골절을 당했는데, 또 빨래건조대가 넘어지는 바람에 크게 부상을 당했는데도 기업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고 치료에 따른 비용은 모두 개인이 져야 했습니다.
정부는 특히 이러한 민간부문 돌봄노동자들에 대해 뒷짐 지고 있습니다. 라이더, 대리기사, 보험설계사 등 많은 플랫폼 노동자, 특고노동자들이 고용산재뿐 아니라 ‘노무제공자’라고 하여 산업안전의 지원도 받고 있지만, 민간부문의 가사·돌봄노동자들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처우가 많은 돌봄노동자들이 수시로 일자리를 떠나고 또 많은 사람들이 돌봄 일자리 취업을 주저하게 만드는 핵심 이유입니다. 그런데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 없이 단순히 노동인력이 점차 부족해진다는 이유로 외국인 인력을 수급하겠다는 현 정책 방향은 저임금 돌봄노동의 조건을 이주노동자에게 지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런 정책은 돌봄의 일자리 질 개선과 노동공급 등 어떠한 측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정부는 가사돌봄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최소 근무시간 보장과 월급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한 달에 수입이 얼마나 될지 알아야 마음 놓고 생활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습니까. 민간부문의 노동자들에게 다른 플랫폼, 특고 노동자들과 동등하게 사회보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지금 돌봄분야의 국가자격증은 요양보호사밖에 없습니다. 돌봄부문 전체에 적용되는 국가자격증을 도입하고 경력인증제를 실시해 전문직으로서 우리를 인정해야 합니다. 필요한 국민 누구나 소득에 상관없이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공공일자리를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이렇게 돌봄노동을 사회적으로 공식화하고 돌봄노동의 가치와 전문 직업인임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사회에 필요한 돌봄을 잘 공급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우리는 지난 한 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불안하고 초조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몇몇 외국의 사례처럼 차등 임금으로 인해 나의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지금도 노동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은 데 임금이 더 낮아져서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노동 가치가 폄하되거나 노동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던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는 돌봄노동자들이 이런 쓸데없는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서는 안됩니다.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퇴근하는 직장. 열심히 일한 만큼 소득도 늘어나고 보람도 느끼는 직장. 이런 일자리를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닙니까?
비정상을 정상이라고 우겨대지 말고 더 늦기 전에 모든 돌봄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여기 모인 우리는 힘을 합쳐 돌봄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해 매진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발언7] 카사마코(필리핀이주노동자단체연합) 활동가 줄리엣 에가 (Juliet Egar)
필리핀노동자연합 카사마코(KASAMMA-KO)는 오늘 여러분 모두와 연대하여 정부에 모든 이주노동자, 특히 여성노동자의 권리와 복지를 동등하게 보호할 것을 요구합니다. 시범사업 종료 즈음에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이들은 고용이 1년 더 연장되고 일부는 현재의 숙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지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가사관리사를 가장한 또 다른 형태의 현대판 노예나 인신매매라고 할 수 있으며, 최악은 서울시가 가사관리사 제도를 운영할 책임을 민간업체에 떠넘기겠다는 것입니다.
첫째, 간병인은 E-9 비자 또는 비전문 취업 비자를 소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노동부의 직접 고용되어야 합니다. 다른 민간 회사가 아닌 노동부가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합니다.
둘째, 돌봄노동자를 인간으로서 대우하고 휴식과 휴가를 보장하며, 한국의 사회문화적 환경에 적응하고 필리핀 지역사회 및 단체와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해야 합니다.
셋째, 간병인은 노예나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서 대우받아야 하며, 건강과 보험은 고용주가 책임져야 합니다.
며칠 후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게 됩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곳곳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억압과 침묵, 고립을 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2등 시민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생산성이 높지만 남성 동료에 비해 급여가 낮고 무방비 상태로 신체적, 언어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성에 대한 폭력, 저임금, 인신매매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지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우리는 서울시와 국회의원들이 간병인이나 가사노동자, 모든 여성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법과 정책을 만들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노동력 수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필리핀의 모든 일리피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을 요구합니다.
[기자회견문]
돌봄의 공공정책 강화하고, 이주 가사돌봄 노동정책 수립하라
-정부와 서울시의 “외국인 돌봄 인력” 수급 계획에 부쳐-
지난 2월 14일,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시범사업) 종료 이후 이주가사돌봄노동자(이하 이주노동자)의 취업활동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와 사업주는 다양한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위험한 환경에서, 싸게 일해도 괜찮다.”라는 인식을 고착화해왔다. 이들은 ‘다문화 사회’를 운운하지만,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조차 막고 있는 현대판 노예제인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기는커녕 더욱 확대하고 있다. “내국인 돌봄 인력이 감소하고 임금이 높다.”라는 명분으로 도입된 이번 시범사업 역시, 성별화되고 저평가된 가사 및 돌봄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지워버린 채, 정주민 여성 노동자에게 가하던 착취의 굴레를 이주여성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행태일 뿐이었다.
돌봄이 ‘인력난’에 놓였다고 하지만, 정부와 자본은 돌봄노동을 기피하는 이유인 민간기관의 난립, 시급제에 기반한 단시간 노동과 저임금의 굴레, ‘돌봄은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 편견은 건드리지 않는다. 오히려 2인1조와 월급제, 유급병가, 긴급돌봄 등으로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던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폐지하는 등 ‘공적 돌봄’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
시범사업 그 자체에 관한 문제와 더불어, 진행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첫 달부터 민간업체에 의한 임금체불이 발생하여 이주노동자들은 생활고를 겪어야 했고, 통금시간을 지정하여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통제하기도 했다. 한 달 40~50여만 원에 달하는 숙소비 역시 개인이 부담해야 했다.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에서 공공성은 탈각되면 안 된다. 하지만 이번 시범사업과 관련,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이나 주거권 등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그것과 정면으로 반대된다. 정부는 25년 3월부터 이주노동자들에게 “자율적으로” 숙소를 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숙소비 지원 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부재함은 물론이다. 민간기관이 고용하는 상태라는 명분이, 숙소비를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의 비용부담을 공적으로 담보할 방안에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비용부담을 운운하며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 제외 해야 한다고 강력히 이야기하던 정부와 서울시, 언론 등의 태도를 기억한다. 그들은 현재 ‘비용’이 너무 비싸다며, 시범사업의 확장성을 방해하는 이유로 ‘높은 가격’을 지목하고 있다. 주류 언론들 역시 비용, 상품으로써 돌봄을 인식하게 하는 데에 한몫하고 있다. ‘임금’이 아닌 ‘이용가격’이라 표현하는 기사들, ‘2명의 무단이탈’, 추방’ 등의 표현들이 헤드라인에 걸린 기사들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이들 기사는 이주노동자들을 노동하는 인간존재가 아니라 노동력을 상품으로 구매하는 감각을 확산하고 있다.
노동자의 몸과 마음은 기계가 아니며, 돌봄은 상품이 아니다. 이윤과 비용의 논리로 사람의 값을 매길 수 없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이주가사돌봄연대)는 그동안 시범사업으로 한국에 입국한 노동자들과 접촉하고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정부와 업체의 강력한 노동통제로 인해 뚜렷한 성과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돌봄의 부담을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정부의 시도가 멈추지 않는 지금, 이주가사돌봄연대는 계속해서 현장 노동자와의 접촉 시도, 집담회 개최 등의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이를 통해 돌봄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으로 나아갈 것이다.
- 정부는 돌봄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 제대로 된 중장기적 돌봄 정책을 지금 당장 수립하라!
- 정부는 돌봄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마라!
-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 지급 논의를 중단하라!
- 정부와 업체는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가로막는 노동자 통제를 당장 중단하라!
-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안전한 체류권을 보장하고, 인권침해 방지 및 권리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라!
- 정부는 안정적이고 좋은 돌봄이 가능하도록 모든 돌봄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라!
2025년 2월 27일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단체) 노동건강연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경주여성노동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노동당 여성위원회(준), 다른몸들, 대구여성노동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협의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부산여성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사)광주여성노동자회, 사)서울여성노동자회, 사)안산여성노동자회, 생명안전 시민넷, 수원여성노동자회,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동행, 인천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여성노동자회, (개인) 이미애 연구자
(이상 31개 단체 및 1명 개인)